[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대담=노종섭 산업부장, 정리=유인호기자] "2000년 코엑스 키즈들의 기대와 희망을 14년이 지난 이제야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이달 27일 전면 개장을 앞둔 코엑스몰의 박영배 대표이사(55ㆍ사진)는 오픈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2000년 코엑스몰 첫 개장시 박 대표는 마케팅팀장으로 코엑스몰 설립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한국무역협회에서 코엑스로 파견 근무를 나간 그는 이후 친정으로 복귀했다가 올초 코엑스몰 대표이사에 올랐다. 박 대표는 코엑스몰의 첫 탄생과 제2의 탄생을 함께 한 셈이다.
코엑스몰은 우리나라에서 서구식 몰의 개념이 희박하던 2000년에 몰의 새로운 역사를 알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쇼핑 형태는 단순 백화점과 할인점으로 구분될 정도로 한정적이었다.
이런 시대에 쇼핑센터와 음식점, 서점, 영화관, 아쿠아리움, 문화시설을 모두 갖춘 코엑스몰이 탄생하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코엑스는 곧바로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들의 견학과 소풍 장소로 자리매김하며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같은 코엑스몰의 성공은 서울과 지방에서 몰들이 대거 들어서게 된 계기도 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2%가 부족했다. 쇼핑의 새로운 형태를 선보이긴 했지만 새로운 문화와 공간을 기대하던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의 갈증을 풀어주긴 어려웠다.
그래서 박 대표는 새롭게 개장하는 코엑스몰만의 상징을 '맛, 멋, 참여형 문화' 3가지로 요약했다.
박 대표는 "코엑스몰은 쇼핑에 다양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공간까지 갖춰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이제는 성인이 된 코엑스 키즈들이 최대 고객층이 된 만큼 그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주력하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가 말하는 코엑스몰만의 맛, 멋,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엑스몰이 오는 27일 전면 개장한다. 콘셉트는 무엇인가.
▲이제 비즈니스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문화, 예술, 쇼핑, 관광, 비즈니스가 어우러진 '컬처 플랫폼(Culture Platform)'이다. 코엑스몰은 2000년 개관 시 아시아 최대 지하 쇼핑몰로, UEC(Urban Entertainment Center)라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의 달라진 소비 트렌드, 노후화된 시설 등의 요인으로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느꼈다. 1년8개월간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 문을 닫고 대대적인 공사를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컬처 플랫폼은 코엑스몰 주변의 컨벤션과 호텔, 백화점 등 기능적, 지리적 여건들이 뒷받침돼 가능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개장한 지난 3월 오픈 때부터 컬처 플랫폼 구축을 위해 일반인 버스킹 공연, 벤치 디자인 시민 공모전 등의 활동으로 '코엑스몰은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ㆍ정착해 나간다면 쇼핑몰 분야에서 다양한 창조경제의 롤 모델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문화ㆍ예술 공간이 어떻게 달라졌나.
▲새로운 코엑스몰은 총 5개의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공간은 100명 이내의 이용객 수용이 가능한 소규모 개방형 공간이다.
거창한 공간이 아니다. 누구나 참여하고 볼 수 있는 체험형, 참여형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센트럴 플라자, 라이브 플라자, 밀레니엄 플라자, 아셈 플라자, 도심공항 플라자 등 크게 5개로 나뉜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공간의 여유다.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동선을 넓고 쉽게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통로 곳곳에 크고 작은 이벤트용 스폿이 생겨난 것이다.
이 공용 공간들을 활용해 연 1000회 이상의 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는 리모델링으로 통로 및 동선 개선에 집중해 상업 면적 증가율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ㆍ예술 외에 쇼핑이나 먹거리 공간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상품기획(MD) 구성이 달라졌다. 얼마 전 관계사 직원이 본인을 '코엑스 키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매우 인상 깊었다.
어릴 적부터 가족, 친구들과 즐겨 찾으며 코엑스몰과 함께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코엑스 키즈들은 2535 세대로 성장해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이다. 이 중에서도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젊은 여성들이 요즘 직접 구매나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하던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1호점을 코엑스몰로 유치했다.
F&B의 경우 최근 가로수길, 경리단길과 같은 핫 플레이스에서 소문난 개인형 맛집을 몰로 들여왔다.
테이스팅룸, 버거비, 카페 마마스 등인데 이미 오픈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벌써부터 주위 젊은 여성들의 브런치 장소로 떠올랐다.
-코엑스몰은 멋과 맛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보완됐나.
▲즐길 거리도 있다. 뽀로로 라운지 등의 여러 체험 기능을 가진 시설들이 들어선다.
메가박스도 새로운 극장 문화를 리딩할 수 있는 형태로 리모델링 중이다. 기존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달리 고급 좌석을 갖추고 업그레이드된 프리미엄급 영화관으로 변화한다.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어종 교체 등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기 위한 리뉴얼 중이다.
-삼성동부터 잠실 제2롯데월드까지 다양한 상권 변화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2롯데월드를 경쟁상대로 보진 않는다. 해당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두 곳의 상권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만의 상권이 형성돼 충분히 상권 커버가 가능하다. 실제 코엑스몰은 하루 최대 20만명의 유동인구가 있다. 3만명에 달하는 상주 오피스 인구에다 컨벤션 방문객, 몰 이용객까지 하루에 20만명이 찾는다.
이런 맥락에서 잠실 상권과 겹치지 않는다고 본다. 인근 현대자동차의 한국전력 부지 개발도 6~7년 이후의 이야기다. 더구나 한전 부지가 개발되면 우리와 윈윈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라는 글로벌 기업 본사가 들어서고, 자동차 박물관 등이 생기면 유동인구가 더욱 많아져 고객 유치 효과가 클 것이다.
-코엑스몰을 운영하는 데 특별히 도입되는 경영 방식이 있는가.
▲물론 창조적인 몰 운영을 해보자고 새롭게 도입한 것들이 있다. 쇼핑몰 최초로 POS 시스템을 도입해 체계적으로 매출을 분석하는 등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 데이터들이 10년 후엔 빅데이터로 선진화된 마케팅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입점 브랜드 종업원을 위한 휴게 공간도 만들었다. 종업원들이 근무의 피로를 중간마다 풀어야 한다는 욕구를 입점 업체들과 면담 시 알게 됐고 이를 반영했다.
일본의 여러 몰들을 견학갔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종업원들의 서비스, 교육, 편의 시설을 제공해 결국 브랜드 종업원들의 몰에 대한 로열티가 상승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코엑스몰 입점 브랜드의 종업원을 위한 휴게 공간을 호텔 수준으로 남성용 2개, 여성용 3개 등 총 5개를 설치했다.
-그랜드 오픈 이벤트 및 중국 등 해외 고객 유치 전략이 있다면.
▲오는 11월27일 오픈을 기점으로 각종 경품 이벤트, 버스킹 공연, 전시가 12월 한 달 내내 진행된다.
중국ㆍ일본 관광객 단체 유치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다만 12월은 그랜드 오픈에 집중하고 내년 5월을 중심으로 기획 중이다.
무역센터 마이스 클러스터와 연계할 계획이다. 코엑스몰의 경우 관광객 방문 시 버스가 탄천 주차장을 이용해 대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1년8개월간의 리모델링 공사 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가.
▲원래는 10월에 공사를 끝내려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완공시기 단축보다는 안전 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건설추진단과 안전 제일을 강조하며 내부 공사 속도에 대한 부담을 줄여서 11월 말에 오픈하게 됐다.
아마 11월 말에도 매장의 90% 정도만 오픈을 하고 일부 매장은 오픈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안전이 제일 먼저다.
약력
▲1959년 출생 ▲부산 대동고, 한국 외국어대학교 서반어학과 ▲미국 미시시피 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3년 한국무역협회 입사 ▲1998년 4월~1999년 2월 코엑스 마케팅팀장(파견) ▲2007년 3월~ 2010년 1월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본부장 ▲2010년 3~12월 주요 20개국 비즈니스 서밋(G20 Business Summit) 집행위원회 위원 ▲2011년 2월~2014년 2월 코엑스 전무 ▲2014년 2월~현재 코엑스몰 주식회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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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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