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간의 실적 격차가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익 상위 30대 기업이 전체 기업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은행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진으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기업 간 실적 격차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2009~2013년 중 연간 1만5914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2013년 중 영업이익 상위 30대 기업(1분위 기업)의 점유 비중이 51.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9년(40.6%)보다 11.1%포인트 올랐다.
수출에 호조를 보인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영업이익 점유 비중이 크게 늘어난 반면 조선, 철강, 화학, 부동산 등의 비중은 상당폭 떨어진 것이 반영됐다.
실적 격차는 고용과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조정환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장은 "영업이익 상위기업인 전기전자, 운송장비 기업은 자본집약적이라 고용계수가 낮고 설비투자 확대에 소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업익 중·하위 기업은 노동소득분배율 증가로 추가적인 고용확대 여력이 높지 않다. 중위기업은 인건비 상승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2009년 57%에서 2013년 65.9%로 상승한데다 하위기업은 매출액 증가율이 더뎌 고용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은 기업 실적 양극화가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을 떨어뜨리고, 대내외 충격이 나타났을 때 기업 재무건전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5년 1분기부터 2014년 2분기 중 예금은행의 단기예금 비중과 대출 증가율간의 상관관계는 -0.69로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 한은이 재무건전성 민감도 테스트를 한 결과 기업의 재무건전성 약화 정도는 2009년에 비해 2013년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