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다음달부터 10여곳에 달하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복마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인사가 진정되면서 일부 자리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꿰찰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10여명에 이른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민영화를 위해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 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돌발 변수를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꾸릴 것으로 보인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2011년 이른바 '신한사태' 직후 취임한 서 행장은 2012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첫 임기가 이백순 전 행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것이어서 1년 3개월로 짧았던 영향도 있지만,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좋은 경영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서 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신한의 본격적인 차기 행장 선임 절차는 다음달 중순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없지만 일부 계열사 CEO들이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차기행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임기가 내년 3월말 만료된다. 김 행장은 이미 임기 후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김 행장은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상당)'의 중징계를 받아 더 이상 연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향후 통합은행장이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KB금융 인선에 뛰어들면서 사퇴해 현재 행장직은 공석이다. 현재 차기 행장에는 박진회 기업금융그룹장(수석부행장)과 조엘 코른라이히 소비자금융부문 그룹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씨티은행 후계자 양성제도에 맞춰 CEO 승계 프로그램을 이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드사 CEO의 자리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 우리카드 사장은 이순우 행장과 함께 올해 12월 30일 임기가 만료된다. 하나SK카드와 KB국민카드 사장도 내년 3월 주총에서 새롭게 결정된다. 정해붕 하나SK카드사장은 지난 3월 한 차례 연임됐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 후 카드사 사장으로는 외환은행 카드본부장 시절부터 '카드통'으로 불려온 권혁승 외환카드사장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카드사 합병 후 정확한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선임된 내부 출신으로 내년 3월 임기만료인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한 가지 포인트다.
한편 시중은행과 달리 협회장 자리에는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도 다음달 30일이면 임기가 만료가 되고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도 12월 8일 임기가 끝나 이후 공석이 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후보로는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차기 회장에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과 고영선 교보생명 부회장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민간출신 협회장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복 생보협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막판에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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