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장준우 기자]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을 비판한 데 대해 친박근혜계 한 초선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2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제 (친박계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비판한 날은 김 대표의 취임 100일이었다. 여당 대표가 공개 사과까지 한 발언을 청와대가 나흘이나 지난 뒤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미 김 대표의 사과 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 대표 등이 만나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도 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청와대는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이 나온 상황과 과정까지 모두 체크한 뒤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 역시 준비된 비판이었다. 당ㆍ청관계는 분명 이상기류다.
청와대의 비판 뒤 친박계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에 대해 쌓인 불만을 여과없이 노출했다. 친박계 한 초선 의원은 김 대표의 취임 100일에 대한 평을 묻자 "큰 정치를 해야 하는데 혁신위 구성에서부터 자기 사람들로만 채우고 구성 과정도 서청원 최고위원과 상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당협위원장 교체 등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김 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불만 기류가 이미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데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지금이 개헌 얘기할 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에선 그간 김 대표의 실책만 기다렸다. 김 대표의 당 운영을 사실상 '박근혜 지우기'로 봤다. 그럼에도 각종 선거 승리와 비박계의 약진이 뚜렷한 상황이라 섣불리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개헌' 발언으로 허점을 보이자 친박계로선 반격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더구나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만큼 친박계로선 더 수월하게 지원사격이 가능해졌다.
영남지역의 한 초선 의원도 "청와대가 그런 발언을 못할 게 뭐가 있느냐"며 김 대표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다들 김 대표 발언을 단순한 실수라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새 당협위원장 인선 작업을 진행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 활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친박계는 더욱 목소리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면 김 대표와 비박계 진영은 말을 아끼고 있다. 김 대표 측 핵심 측근 의원들은 언급 자체를 꺼렸다. 전날 청와대 비판을 접한 김 대표가 "어떤 경우에도 (발언)할 생각이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한 만큼 오해를 일으킬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 공식회의에 참석한 김 대표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두고 자신이 청와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반박하듯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 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기를 두고 청와대와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묻자 "당위성을 같이 인식하고 있는 게 중요하지 왜 그것 때문에 청와대와 싸움을 붙이느냐"고도 했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김 대표가 자신의 개헌 발언이 실수란 점을 공개 사과한 만큼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친박계가 김 대표의 당 운영을 흔들려하면 결국 맞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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