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007년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국내 '혁신기업'으로 인정했던 종합가전기업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농협 등 채권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KDB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은 보유한 모뉴엘 채권을 만기 전 일시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 처리했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약 5000억원이다.
모뉴엘은 PC와 서버 등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집중하다 최근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소비자 가전시장에 진출한 종합가전업체다. 수출 중심으로 사업하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을 키웠다. 지난해 매출 1조2737억원 중 20% 정도가 국내 실적이다. 국내 시장의 주력 제품은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으로, 지난해 하반기 부터 탤런트 소지섭을 모델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2007년 CES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빌 게이츠가 "한국의 모뉴엘을 주목하라"고 말하며 널리 알려졌다.
업계는 모뉴엘이 최근 수출 대금을 제 때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자회사 잘만테크에 대한 무리한 지원 때문에 모뉴엘까지 상황이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금융감독원은 모뉴엘과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선적서류 조작 등의 방법으로 가공매출을 일으켰다는 제보를 받고 감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2주안에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매출 규모가 크고 협력업체가 많은 만큼 법원은 이번 주 안에 압류를 금지하는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릴 것이란 게 법률게 분석이다. 단 법정관리 인가 여부는 모뉴엘의 기업가치 규모가 크다 보니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 법률계의 분석이다.
한편 회사 창업자인 원덕연 전 모뉴엘 부사장마저 이미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뉴엘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원 전 부사장은 지난 7월 인사 관련 문제로 박 대표와 마찰을 빚다 최근 퇴사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월 전 계열사 인사에서 원 전 부사장이 밀려났으며 이에 대한 불만으로 마찰을 빚다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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