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매출액 1조2737억원, 영업이익 1104억원'.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종합 가전기업 모뉴엘(대표 박홍석)의 지난해 성적표다. 생활가전 업계 중에서는 독보적인 실적이다. 벤처기업 중에서도 매출 1조원을 넘은 곳은 모뉴엘을 포함해 8곳 정도다.
그런 모뉴엘이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는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농협 등 채권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그 다음날인 21일 농협은 모뉴엘의 수출대금 채권에 대해 최종 부도처리를 했다. 농협이 부도처리한 수출채권 규모는 760억원이다.
모뉴엘 채권이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KDB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은 보유한 모뉴엘 채권을 만기 전 일시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 처리했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농협의 760억원, 산업은행의 1165억원, 기업은행의 1500억원을 포함해 약 5000억원이다.
지난 2004년 설립된 모뉴엘은 국내보다 해외 매출의 비중이 월등히 크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모뉴엘은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강소기업으로, 지난 2007년 CES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빌 게이츠가 "한국의 모뉴엘을 주목하라"고 말하며 널리 알려졌다.
모뉴엘은 수출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수출채권을 막지 못하자 최후의 수단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은 최근까지 받지 못한 수출대금과 관련, 소송을 진행하려 일부 법무법인과 접촉 단계까지 갔다. 모뉴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5~6월부터 자금 사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매출의 20%를 담당하는 국내 사업 역시 문제가 많았다. 국내에서 탤런트 소지섭을 내세워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의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속 빈 강정'이었다는 지적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업계 1위는 잘 알려진 것처럼 모뉴엘이 아닌 LG전자"라며 "빅모델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홈쇼핑을 통해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며 매출액은 늘려놨지만 실속은 없었다"고 말했다.
모뉴엘은 국내에서 로봇청소기 외에 이렇다 할 히트작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제빵기 '마이리틀베이커리'가 출시됐지만, 틈새시장을 노린 상품으로 매출을 확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CES에서 수상한 다양한 제품들이 상용화된 사례도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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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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