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죽었을 때 살아있는 논어를 잃었고 노자가 죽었을 때는 도덕경의 비의를 잃었다. 소크라테스가 죽었을 때, 혹은 세익스피어나 세르반테스가 죽었을 때 그가 세상에 나서 얻고 이룩한 많은 지적인 성취들과 체험적인 진전들과 감성과 상상의 개화를 통째 가지고 가버렸다.
우리는 죽은 사람들이 남긴 미량의 지식들을 남은 가루소금처럼 혀에 대고 겨우 맛보며 스스로를 깨우칠 뿐이다. 어찌 이름을 누렸던 그들만 성취를 했겠는가. 방식은 다르고 방향은 달랐을지언정 모든 인간은 자기의 길로 나아간 도의 자취를 지니고 있다. 그것이 실패와 어리석음과 나약함과 죄악이 뒤섞여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거기엔 주어진 수명만큼 긴박하고 절실하게 나아간 진전이 있었다.
도서관의 책들은 그런 진전들의 부스러기이다. 한 인간이 죽음을 맞을 때,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통찰은, 인류를 귀한 도반으로 보는 큰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할 만하다.
인간 속에 깃드는 영성과 시간이 축적해놓은 내밀하고 다채로운 성취를 살피는 마음. 걸어다니는 수많은 도서관들에 대한 경배. 우리는 늘 가장 좋은 도서관들을 무심코 잃어버리고, 다시 쩔쩔 매며 새로운 도서관을 짓는 바보와 같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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