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준첩어에서 아름답게 빛난다. 이 다채로운 말빛을 잘 쓰는 사람은 마법사가 된다. 준첩어는 말이 겹치는 첩어의 형식을 지니면서 약간의 변주를 주어 어감을 확장하는 말씀씀이다.
바득바득 우기다 할 때의 바득바득, 움찔움찔 한다 할 때의 움찔움찔, 길을 걷는 모습인 뚜벅뚜벅 터벅터벅. 이런 것들은 첩어이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똑 같다. 그런데 우리 말은 앞뒤가 살짝 달라지는 준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올록볼록, 들쑥날쑥, 어금버금, 올망졸망, 우락부락, 옹기종기, 옴죽암죽, 불그락푸르락, 얼기설기, 흔전만전, 싱숭생숭, 울긋불긋, 어슷비슷, 아기자기, 들락날락, 싱글벙글, 엎치락뒤치락, 님비곰비, 두근반세근반, 얼라리꼴라리, 아리랑스리랑, 세월아네월아, 흥뚱항뚱, 알뜰살뜰, 옥신각신, 오돌도돌, 우둘두둘, 애걸복걸, 우물쭈물, 아득바득, 아둥바둥, 천방지방, 괴발개발, 따따부따, 오물딱쪼물딱, 알콩달콩......
준첩어는 말의 리듬과 말의 빛깔을 활용하여 어감과 뉘앙스를 곰살맞게 하는 기막힌 표현 방식이다. 살펴보면, 판소리나 가사 혹은 시조에는 구석구석 양념처럼 준첩어들이 버무려져 있다. 영어나 유럽의 언어들은 이런 것이 손을 꼽을 정도로 적으며 열 몇 개를 넘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런 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올망졸망' 하나만 데려와서 가만히 소리내어 봐도 이쁘기 그지 없다. 뭐라 말할 수 없이 귀여운 감정이 돋아나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비쭉배쭉, 비실배실, 비틀배틀로 이어지며 살짝씩 어긋지는 모양새들이 얼마나 생생하고 실감나는가. 이런 말의 결 위에 놓인 삶이란 또한 얼마나 달콤새콤매콤한가.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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