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윙 스타일은 양잔디에 더 잘 맞아"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어렸을 때부터 미국 무대를 꿈꿨다."
'19세의 특급루키' 백규정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그것도 첫 출전에서 곧바로 우승을 일궈내는 파란을 일으킨 뒤 당찬 속내를 드러냈다.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ㆍ6364야드)에서 끝난 하나ㆍ외환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연장혈투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자마자 "골프선수라면 누구나 LPGA투어가 최종 목표일 것"이라며 "내 스윙 스타일은 특히 양잔디와 잘 맞는다"고 자신감을 과시했다.
백규정이 바로 2012년 국가대표 시절 김효주(19), 김민선(19) 등과 함께 세계아마추어여자골프선수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한국의 차세대 기대주다. 하지만 김효주가 아마추어신분으로 프로대회(롯데마트여자오픈)를 제패해 가볍게 KLPGA투어 정회원 자격과 2013년 풀시드를 획득한 것과 달리 지난해 2, 3부 투어를 거치는 등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물론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시즌 3승을 쓸어 담아 '분풀이'에 성공했다. 4월 넥센ㆍ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데 이어 6월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2승을 수확했고, 9월 KLPGA챔피언십에서는 메이저 우승까지 더해 '4승 챔프' 김효주(19)와 다승왕 경쟁을 펼치고 있을 정도다. 현재 국내 상금랭킹 5위(4억9000만원), 다승 2위(3승), 신인왕 공동선두(1912점)를 달리고 있다.
백규정에게는 이번 우승이 김효주가 지난달 비회원 신분으로 메이저챔프(에비앙챔피언십)에 등극한 직후라는 점도 의미있다. 김효주와의 끝없는 라이벌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백규정 역시 "효주가 우승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국내 선수가 역대 최초로 한 시즌에 LPGA투어 직행 티켓을 2장이나 거머쥔 동력이 '95년생 파워'였던 셈이다.
백규정의 LPGA투어 진출은 일단 평균 260.91야드의 장타를 보유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고무적이다. 전장이 길어지는 LPGA투어의 추이를 극복할 주 무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타고난 승부 근성도 강점이다. 실제 이날 연장전에서는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이 세번째 샷을 홀 1.2m 지점에 붙이자 1m 지점에 공을 떨어뜨리는 공격인 플레이를 구사했다. "린시컴의 샷을 보고 넣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다만 허리 부상이 걸림돌이다. 이날도 허리에 압박 벨트를 차고 플레이했다. "시즌 초반부터 통증이 와서 이제는 예방 차원에서 착용한다"는 백규정은 "LPGA투어 진출 시기는 주위 분들과 상위를 해본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를 치러보니 체력과 기술적인 면 등 보완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영종도=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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