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의원들은 15일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2시까지 마포구 하늘공원 일원 트래킹 코스를 걷고, 상임위원회 별로 식사를 하는 등 체육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일부 구청장들도 인사를 나왔고 서울시 실ㆍ국장 등 간부공무원들과 수행원 등 수십명의 공무원들도 얼굴을 내밀었다. 시의회 소속 공무원들도 부서별 1~2명을 제외한 전 공무원들이 행사 진행ㆍ보조 역할을 맡았다.
이로 인해 시 공무원들은 자리를 비운 간부 공무원들 때문에 결제ㆍ회의 등을 미루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시의회를 찾았던 민원인들도 빈손으로 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시의원들이 평일에 진행하는 체육행사 자체가 규정이나 윤리 강령 등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규정상 공무원들의 체육대회는 4월, 10월 등 연 2회 개최하게 돼 있는데 평일에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며 "시의회는 민원부서도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공무원들의 경우 이미 10년 전에 대민 서비스 유지 등을 위해 평일 체육대회를 금지한 지 오래됐는데도 시의회가 여전히 평일 체육대회를 강행하자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시에 대한 국정감사 준비가 진행 중인 때였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전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감을 받은 데 이어 20일에는 국토교통위의 국감이 예정돼 있다. 국감 자료ㆍ답변 준비에 시 공무원들이 한창 바쁜 시기에 시의원들이 평일 체육대회를 강행해 시 전체의 행정 업무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했다는 불만이 높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유급보좌관제'가 한창 논의 중일 때 평일 체육대회를 개최, 비난을 자초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의원들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각종 의정활동과 지역사회 활동으로 바쁜 탓에 주말에 체육대회를 개최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라며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을 감안해 최대한 간소하게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시민사회에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덕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10여년전 공직자들이 근무시간 중 체육대회를 갔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답답하다"며 "평일이 아닌 휴무일에 개최하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도 "시의회 임시회가 끝난 데다 체육대회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국정감사 시기에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시기상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광역의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유급보좌관제가 논의되는 시점에 이처럼 시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평가ㆍ비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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