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중무역 규모는 2289억달러에 달했다. 대미무역과 한일무역을 합친 수치(1983억달러)보다 크다. 우리가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474억달러( 6월 기준 누적)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다. 우리 경제는 이제 중국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정책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공산당 중앙위원 205명과 후보위원 171명이 8669만명(2013년 기준)의 공산당원을 대표하여 국가의 중요 정책 방향을 설정한다. 중앙위원 중 25명이 중앙정치국을 구성하고 이 중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 7명이 상무위원으로 최고 지도부가 된다.
상무위원들의 생각이 모여 합의를 보면 국가의 중요 정책이 결정된다. 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중국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주요 언론을 통제하고 있어 최고 지도부 관련 보도를 잘 살펴보면 이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4일 인민일보 온라인판은 주요 경제이슈에 대한 시 주석의 과거 발언을 정리해 공개했다. 큰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과 금년 5월에 정부와 시장 요소의 역학관계 변화에 대해 중요한 발언을 했는데 핵심은 '자원 배분에서 시장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과 9월에는 지방정부 책임자 평가 기준에서 민생개선, 사회발전, 환경보호 등 질적 요소들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을 동반하는 양적 성장은 더 이상 추구하지 않고 고용과 효율을 따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했다. 앞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5~6%대로 떨어져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 시 주석은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 강연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개념을 설명했고, 10월 인도네시아 국회에서는 아세안국가들과 해상 협력을 강화해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통하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자고 호소했다.
이러한 구상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용어로 정리돼 시 주석의 대외 경제정책 슬로건이 되었다. 충칭, 쓰촨, 윈난, 광시, 깐수, 칭하이, 신장, 닝샤 등 지방정부들은 이에 적극 부응해 자유무역지대 신설 등 발 빠르게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생각을 읽는 또 다른 방법은 이들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는 것이다.
공산당은 지도자 후보들을 여러 지역과 조직에서 경험을 쌓게 하면서 치열한 경쟁 과정을 통해 발탁하는 인재선발 제도를 구축했다. 최상위 위치까지 오른 최고 지도자들은 모두 과거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시 주석은 지방정부 책임자로 있을 때 부패와의 전쟁으로 유명했다. 정딩이라는 작은 지방의 공산당 부서기에서 상하이시 당서기로 성장하는 25년 동안 청렴한 공직자와의 우정, 부패관료 처벌 등 일화가 많다. 시 주석의 과거행적을 알게 되면 현재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반부패 방향을 예견할 수 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과거 학위 논문이나 기고문을 통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표출했다.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농촌의 시장화와 도시화 관련 주제를 다루었는데 모두 도농격차를 줄이고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할 것을 강조했다.
왕양 부총리도 1991년 안후이성 퉁링시 시장으로 있을 때 '잠에서 깨라, 퉁링'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사람의 사상을 속박하던 낡은 관념에 대해 질타했다. 이를 계기로 개혁개방 이념에 대한 논쟁이 전국으로 확산됐고 왕 부총리는 30대에 일찍이 최고 지도부의 주목을 받고 덩샤오핑도 만났다. 그는 결국 오늘의 부총리가 되었고 차기 공산당 상무위원 승진이 유력하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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