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침해’ 논란 번지며 IT기업에 피해 안겨…검찰 “프라이버시 보호방안 마련하겠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대책을 마련하면서 법적인 근거규정도 모호한 '실시간 모니터링' 방침을 밝혔다가 뒷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검찰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은 국내 대표적인 IT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안기는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 쟁점 현안으로 떠오른 '사이버 검열' 논란은 9월1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유관기관 대책회의'가 발화점이 됐다. 검찰은 이날 네이버, 다음, 네이트, 카카오톡 관계자까지 소집했다. 검찰이 내놓은 회의 결과물에는 '실시간 모니터링 및 유관기관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검찰의 비공개 자료에는 "검찰 전담수사팀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여부 등 법리 판단을 신속히 해 포털사에 직접 삭제를 요청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법원 판결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가능한 인터넷 글 삭제 권한을 포털사에 주겠다는 계획은 '초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이 카카오톡 등 사생활 영역까지 엿보려 한다는 우려는 '사이버 망명' 사태로 번졌다. 검찰이 설익은 대책발표를 통해 논란의 불씨를 키우면서 합병 이후 신주 상장을 앞뒀던 다음카카오에 불똥이 튀었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텔레그램 등 외국 메신저로 빠져나가고, 주가도 연일 하락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다음카카오는 13일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이석우 공동대표의 발표 이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감청영장이 나와도 카카오톡 실시간 대화내용을 엿보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대표 발언은 법을 어기겠다는 의미보다는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수사기관 협조는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감청영장이 나와도 압수수색 영장에 준해 일정기간 저장돼 있던 과거의 대화내용을 제공했는데 앞으로는 엄격하게 구분하겠다는 의미다.
사이버 감시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번진 데는 검찰 책임이 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인식이다. 이광철 변호사는 "검찰이 실시간 감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패킷감청' 사례를 볼 때 믿음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사이버 검열'을 둘러싼 논란을 수습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카카오톡에 대해 모니터링, 검열 등을 하지 않고 있고 할 수도 없다"면서 "실시간 검열을 우려해 속칭 '사이버 망명'이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은 15일 오후 '사이버 명예훼손' 문제와 관련한 유관기관 실무회의를 열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도 국민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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