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경비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감정노동이 있었다. 입주민들의 안전은 물론 불편사항까지 해결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업무의 특성상, 사소한 지적ㆍ다툼이 이어지다가 이같은 사고가 터져버린 것이다. 실제 A씨 역시 한 입주자와 사소한 문제로 인격 모독을 느낀 후 억울한 마음에 다른 입주자의 차량 안에서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 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입주민 중 경비근로자를 마치 자신의 종처럼 대하는 태도들 보이는 분들이 있다"며 "경비노동자들에게 '왜 자리를 비우고 있느냐', '물건을 빨리 치워라' 등 사소한 지적이 하루이틀에 그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이 해당 동에는 근무하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고로 A씨의 가족과 해당 입주민 모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감정적인 문제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사건 정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강도ㆍ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아파트 경비업무에 관한 관심도 새삼 높아지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르면 감시ㆍ단속적 근로에 한해 사업주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최저임금의 90%까지 지급하고 초과수당 또한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경비근로 현장에서는 2인1조로 24시간 근무ㆍ24시간 휴식 등이 보편화돼 있는데다 임금수준도 100만~150만원 선에 그치고 있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경비노동자들도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게 하거나 관리업체를 변경하는 식으로 해고를 단행하는 등 '꼼수'가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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