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정부 서울ㆍ과천 청사와 국회를 오가며 쓴 출장비가 올 상반기에만 7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로 갈수록 새해 예산안 배정 요구와 정기국회 개원에 따른 출장이 많아지므로 연간 출장비용은 15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각종 회의 참석과 대면 보고를 위해 서울을 오가며 길에 뿌리는 돈이 웬만한 국책사업 하나를 해낼 정도다.
국무조정실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중앙행정기관 13곳의 공무원들이 상반기 중 서울 청사와 국회를 오가며 지출한 비용은 총 75억6926만원이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예상해 화상회의를 독려하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화상회의는 서울 청사와만 열렸고 과천청사 및 국회와는 전무했다. 서울 청사와도 기관당 월평균 0.8회에 그쳤다. 국무총리실ㆍ기획재정부ㆍ문화체육관광부 등 특정 부처에 편중된데다 교육부ㆍ보건복지부ㆍ국토교통부ㆍ고용노동부ㆍ해양수산부ㆍ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는 건물 안에 화상회의실이 있는데도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결과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나 결재가 면대면 중심인데다 힘있는 기관이 주관하는 회의일수록 얼굴을 보여야 괘씸죄에 걸리지 않는다는 고질적 관료문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러고도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 할 수 있나.
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을 오가며 허비하는 것은 단순히 출장비에 그치지 않는다.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함에 따른 시간 낭비, 피로 누적에 따른 업무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 직원들이 서울과 세종시의 관련 부처를 오가며 뿌릴 출장비와 시간ㆍ업무 손실까지 합친 '국가적 국내 출장비용'은 실로 막대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비효율과 손실을 방치할 것인가. 힘 있는 기관인 국회와 정치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괜히 공무원들을 오라가라 하지 말고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하라. 국정감사와 당정협의도 부처와 공공기관이 있는 데로 가서 하는 것이 문제점을 살피고 해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처 장ㆍ차관과 실ㆍ국장들이 실무자를 대동하고 움직이려 들기 이전에 스스로 업무의 전문성을 키워야 함은 물론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