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北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2시간 남짓 오찬 회동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4일 오전 방남한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선전부 부장 겸 대남비서 등은 이날 오후 인천시청 주변 영빈관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남북 현안을 논의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양측 고위급 인사들은 이날 오후 1시50분부터 3시40분까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오찬에는 우리 측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류길재 통일부 장관,김규현 국가안보실1차장, 김남식 통일부 차관,천해성 남북회담 본부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외에 실무자 1명 등 8명이 참석했다.
북한 측에서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비서,김양건 비서,김영훈 국가올림핅위원회(NOC)위원장,손광호 NOC 부위원장, 수행원 윤삼철 등 7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제외한 남북 양측에서 국방과 행정부에서 사실상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회동에서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관한 덕담 외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전면 교류조치인 '5·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현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실장과 김규현 차장 등은 미리 식당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류길재 장관 등과 환담을 마치고 온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을 맞이했다. 식당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먼저 들어가고 이어 최룡해 비서가 김 실장과 같이 들어갔다.
김 실장은 악수나 먼저 하고 시작하자”며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김 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북측에 한말씀 하시라고 하니까 김양건 비서가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본 뒤 답했다.
김 실장은 모두 발언에서 가을 날씨를 언급,"10여일 지나면 우리 남측에도 아마 동해 태백산쪽에 단풍이 시작될 것으로 생각을 한다.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다"면서 "남북관계도 아마 그 수확을 거둬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 북측 선수단들의 활동 특히 남북 축구 선수들이 넘어지면 일으켜 준 점 등을 언급하면서 "아주 특별한 위치에 계신 분들 대표단으로 오셨기 때문에 남북관계도 잘 발전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양건 비서는 "우리 총정치국장 동지 승인 받아서 간단히 발언하겠다"면서 "총정치국장 동지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환대해주는데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텄다.
김 비서는 특히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에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이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걸음을 걸어왔다"면서 "다 이야기했지만 이번에 아시아경기대회는 역시 우리민족이 이룬 힘과 자랑을 온 세상에 시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 통일부장관에게도 이야기했는데 북과 남이 체육의 상징종목인 축구에서 우승했다. 이건 우리민족의 자랑이고. 우리 힘이 시위된 것"이라면서 "이런 자랑찬 성과를 거둬서 오늘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찬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김 실장은 북측 대표단을 만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고위급접촉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접촉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말로 이번 회동이 고위급 접촉임을 인정했다.
'삐라를 북측에서 제기할 것 같은데'라는 물음에는 김 실장은 "삐라는 민간단체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 법체계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 우리 법체계를 잘 이해 시켜야죠"라고 답했다.
'황병서가 김정은 메시지를 갖고 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는 말에는 김 실장은 "아직까지 추측일 뿐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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