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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꾀꼬리단풍과 피단풍(174)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7초

원래 단풍은 단풍나무의 잎이 붉고 노랗게 물드는 것에만 썼을 것이다. 그것이 비유로 쓰이다가 이젠 가을숲과 나무 전체에 쓰이는 말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단풍의 진면목은 붉은 빛깔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노랑이 곁들여지지 않는다면 단풍은 오히려 눈을 혹사시키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붉은 단풍은 피단풍이라고도 부르는데, 오래전 궁예가 원한의 피눈물을 흘리며 도망쳤다는 철원 일대의 피단풍을 보면서 처연함과 더불어 오래 보고있을 수 없는 근원적인 현기증을 느꼈다. 그 아름다움은 섬뜩함이었다. 노란 단풍은 은행잎이 대표 주자이겠지만 참나무 계열의 갈잎들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 이 노란 단풍은 꾀꼬리단풍이라도 하는데, 꾀꼬리의 노란 빛을 빌려온 말이겠지만, 고운 노랑을 한참 들여다 보노라면 꾀꼬리소리같이 맑은 울음이 숲 전체에서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원효봉 오르는 길에 있던 작은 절 앞에 있던 큰 나무가 바람이 불자 울음처럼 후두둑 제 잎을 내던졌다. 걸어오던 여인은 움츠리며 옷깃을 다시 여몄다. 세상 참, 슬프고 쓸쓸하게도 곱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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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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