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축복이죠" 8남매 둔 대기업 연구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저출산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8남매를 낳아 키우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다음 달 1일 '제2회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을 받는 전문석(51)씨가 그 주인공.

전씨는 18년 동안 5남3녀를 낳아 길렀다. "생명은 인간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아이를 낳고부터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8남매네요."

전씨 부부가 결혼 뒤 피임을 하지 않은 까닭은 신앙 때문이었다.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시절 천주교 단체가 주최한 캠프에서 '생명은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함부로 낙태를 하면 안 되고 인위적인 피임 또한 낙태와 같다'는 강의에 큰 울림을 받았다. "전혀 생각지 못한 내용이어서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념대로 사느라 자녀 수가 하나 둘 늘어가자 주변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미개인을 보듯 쳐다보는 이웃도 있었고 왜 그렇게 무책임한 짓을 하느냐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씨는 1995년 LG화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수석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자녀가 많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아주 궁핍하게 산 건 아니지만 우아하게도 살지 못했다"며 "회사에서 점차 직급도 올라가고 아이들도 크면서 형편이 차츰 풀렸지만 노후 준비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길 가톨릭 인본주의상 수상자로 결정된 데 대해 그는 "사실 상은 집사람이 받아야 한다"며 "생명은 우리 부부에게 축복이며 또 임신이 된다면 당연히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는 전씨 가족에 대해 "저출산,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공동체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본보기가 되는 가정"이라며 "임신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가톨릭 정신을 실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