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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비디오', 맵고 짠 영화들 속 담백미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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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비디오', 맵고 짠 영화들 속 담백미가 빛난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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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싱겁고 담백한 맛보다는 조금 짜고 맵고 단 음식들이 입맛을 돋우듯, 영화도 마찬가지다. 심심한 영화보다는 조미료가 팍팍 쳐진 영화들이 눈길을 끌기 마련. 이젠 너무 익숙해져 어지간한 자극에는 반응도 하지 않을 만큼 대중들의 감각도 무뎌지고 있다.

'슬로우비디오'는 이런 현상에 반기를 드는 영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고 관객들을 잠시 멈춰 세운다. 배우 차태현이 '헬로우 고스트'로 극장가를 강타했던 김영탁 감독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소재는 독특하다. 동체시력과 CCTV의 만남. 남들이 보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남자 여장부가 CCTV 관제센터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특이한 능력을 가진 장부는 차태현이 연기한다.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해 감정 연기가 쉽지 않았다는 그의 고백처럼 영화에서 장부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쾌 발랄한 차태현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차태현은 이번 작품에서 본연의 색을 쫙 빼고 새로운 변신에 도전했지만 극에 잘 어우러지며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공감이 어려울 것 같은 역할이 차태현이라는 배우에 덧입혀지면서 대중적인 모습으로 탄생했다. 감독이 주목한 지점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또 일부러 웃기려 하지 않아도 함께 등장하는 배우 오달수, 김강현과의 조합에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오달수의 연기가 빛났다. 어떤 작품에서 어느 역할을 맡아도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특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해온 그는 '슬로우비디오'에서 박사출신의 고스펙 공익요원 병수로 분했다.


병수는 특이한 장부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준다. 극이 진행될수록 오달수의 눈빛 하나에도 관객들을 깊은 감동을 받게 되는데, 진정성 있는 연기가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빛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태현의 상대역으로 등장한 남상미 역시 사랑스러운 매력을 과시한다. 부스스한 폭탄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긍정적이고 당찬 수미는 남상미가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캐릭터와 꼭 들어맞았다. 비주얼은 만화적이지만 오버하지 않는 연기로 공감대 형성에 큰 몫을 했다.


무엇보다 영화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감동을 자아낸다. 자극적인 영화들에 길들여진 관객이라면 한 템포 쉬어가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슬로우비디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이며, 각각의 캐릭터들이 생동감있게 살아 숨쉰다. 우리 모두가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의미 깊은 영화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 개봉은 오는 10월 2일.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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