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29일(현지시간) 상하이(上海) 자유무역구(FTZ)가 중국의 새로운 개혁·개방 정책의 시험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출범한지 '첫돌'을 맞은 가운데 부정적 평가가 도드라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TZ 내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데 불필요한 형식적 행정 절차들이 간소화되고 일부 산업군에 대해서는 외국자본의 투자를 확대하는 변화가 나타났지만 기업인들의 기대를 만족시킬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28일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예상 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금융 개혁 속도에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상하이 FTZ가 세계 금융 '허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었던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상하이 FTZ의 개혁·개방 속도가 더딘 편"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이 FTZ는 투자 부문에서 당초 190개 업종이었던 네거티브 리스트(투자·진출불가 업종)가 139개 업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숫자가 많고, 투자 가능 업종이라고 할지라도 구체적인 실시 조례가 부족해 허가까지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 금융 부문에서는 당초에 약속한 금리자유화, 환율자율화, 외국자본에 대한 금융서비스업 전면 개방 등은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 FTZ내 책임자 역할을 했던 다이하이보(戴海波) FTZ 관리위원회 부주임은 이달 비리 혐의로 면직된 상태다.
'제 2의 홍콩'을 기대하고 FTZ 내 입주를 검토해왔던 외국계 기업들도 여전히 입주를 망설이고 있다. 상하이 FTZ에 지난 1년간 약 1만2000여개 기업이 입주했지만 이 중 외국계 기업 비율은 12%에 불과하며 이 마저도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지역을 제외할 경우 6%에도 못 미친다.
스웨덴 2위 은행 SEB의 프레드릭 하넬 상하이 지점장은 "FTZ가 출범한지 1년이 됐지만 큰 매력을 아직 못 느끼고 있다"면서 "더 많은 혜택들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외국계 투자은행과 증권사의 중국 자본시장 접근 허용 등을 기대했었다"면서 "이 분야 개방이 완전히 이뤄져야 FTZ 내 지점 설립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하이 FTZ는 중국의 새로운 개혁·개방 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지난해 9월 29일 출범했다.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 와이가오차오보세물류원구(物流園區), 양산(洋山)보세항구, 푸둥공항종합보세구 등 4개 지역 28.78㎢에 조성됐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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