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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과의 대화]"다들 열심히 쓰라, 난 안 쓴다. 대신 말을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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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2'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고종석과의 대화]"다들 열심히 쓰라, 난 안 쓴다. 대신 말을 하마"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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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전직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고종석은 절필했다. 세상에 "이제 글을 그만 쓰겠다"고 선언도 했다. 그리곤 올초 '고종석의 문장' 1권(알마 출간)을 낸데 이어 최근 '고종석의 문장' 2권을 완결했다. 그 전에 '고종석의 낭만미래'라는 책도 냈다. '도무지 무슨 의미일까 ?' 이미 고종석은 '국어의 풍경들', '말들의 풍경', '감염된 언어', '자유의 무늬' 등 수많은 저술과 소설, 에세이, 평론집, 여행기, 서간집, 독서일기를 통해 글에 대한 높은 소양을 보여준 이다.

절필 이후 나온 책은 '말'로 채웠다. 그저 강연과 인터뷰를 녹취한 책들이다. '고종석의 낭만미래'는 자유주의, 사형제, 국가보안법, 낙태, 안락사, 북한 문제, 통일, 인간복제, 성소수자, 지식인의 사회참여, 애국심, 복지와 성장 등 우리 사회 전반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인터뷰집이다. '고종석의 문장' 1,2는 작년 하반기 숭실대학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좌를 녹취한 책이다. 그는 "간혹 강연하고, 책 읽고, 술 마시고, 트위터하고, 텔레비전 보는 게 일상 생활"이라며 "아내와 분식센터를 열지 언정 공적인 글쓰기는 다시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 그가 글을 쓰지 않는 대신 대중들의 글쓰기를 돕는 자리로 돌아왔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외딴 섬에 살 수는 없다. 가령 서울 한복판에서 매일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살아가는 한 세상에 할 말이 생긴다. 그럴 때 트위터에 몇 마디 하거나. 밥 먹고 술 마시는 사적 얘기도 한다. 문장 1, 2권도 대중들의 글쓰기에 트윗한 것과 같다. 그렇지만 단순히 테크닉에 그치지 않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려고 애썼다."

[고종석과의 대화]"다들 열심히 쓰라, 난 안 쓴다. 대신 말을 하마" 고종석


그는 "SNS가 보편화되면서 글쓰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른바 글쓰기의 민주화로 모든 사람들이 저자가 되는 세상이 열렸다”고 진단한다. 이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명예심이 있다면,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글로 다른 사람을 상처 주거나 글을 사람 잡는 흉기로 쓰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글쓰기 테크닉의 비중만큼이나 인문 교양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논리정연하고 아름다운 글이 좋은 글이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논리정연한 글이 더 좋은 글이다. 논리와 수사는 글쓰기의 두 무기다. 그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논리다. 그러나 정치팸플릿처럼 명확한 목표를 지닌 글들에서는 논리보다 수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는 글을 잘 쓰려면 "좋은 글을 되풀이해서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글을 열심히 써보라"고 제안한다. 이어 "처음엔 좋은 글과 나쁜 글을 선별할 수 없더라도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선별안이 생긴다"며 "그 다음 좋은 글을 읽고, 그 글을 흉내 내다 보면 어느새 자기만의 고유한 문체가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특히 메모를 잘 하라고 권한다. 그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길바닥에 떨어진 비둘기 깃털, 아니면 생쥐의 시체..... 세상 도처에 있는 것이 글감"이라며 "대부분은 그걸 다 스쳐 보내고 곧 잊어버리는 것, 혹은 생각이 떠오르는 걸 즉각 메모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표현 ‘훔치기’도 고종석이 꼽는 글 잘 쓰는 요령 중 하나다. 그는 "‘이건 굉장히 중요한 정보다’라는 것에만 줄을 칠 게 아니라, ‘이런 내용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글에 밑줄을 치라"고 권유한다. 즉 "표현을 ‘훔쳐’ 오라. 그렇게 몇 번을 훔치다보면 또 그 훔쳐온 것들끼리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자기만의 새로운 표현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남들이 하는 말을 똑같이 한다면 그건 답습이지 창의성이 아니다. 항상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하라. 회의주의자가 되라. 의심하는 것, 회의하는 것이 곧 독창성과 창의성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건 혹시 틀린 말 아닐까? 틀린 생각 아닐까?’ 이렇게 되물으며 생각을 가다듬다보면 ‘새로움’이 생긴다."


"쓰면 된다. 글은 이론에 따라서 쓰는 게 아니다. 글의 밑그림이나 시놉시스조차 안 그려질 때, 몇 개의 단어라도 나열해 보라. 말이 되든 안 되든 쓰라."


지금 고종석은 글을 쓰지 않는다. 대신 '좋은 글은 맘껏 보고 싶은지', 대중들의 글쓰기를 열심히 부추긴다. 그가 글로써 더이상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는 세상에는 대학교수나 지식인들조차 글을 마구 쏟아낸다. 인터넷에서는 익명의 누리꾼들도 열나게 글 쓴다. SNS 공간에서는 새로운 어휘들이 나날이 넘쳐난다. 비속어도 많고 재치와 유머가 넘쳐나는 말도 수두룩하다. 하여간 '고종석이 글을 안 쓰니 세상은 풍년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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