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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열전]시진핑, 그는 왜 중궈멍을 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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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격동 한국외교의 Key-man 아베 & 시진핑]낙후된 대륙 쇄신, 내친김에 G1 넘보는 시'夢'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 2012년 11월29일 시진핑(習近平) 당시 공산당 총서기(시진핑은 2013년 3월 국가 주석에 취임했다)는 다른 상무위원들과 함께 국가박물관을 방문해 고난의 근대사와 극복을 다룬 '부흥의 길' 전시회를 관람했다. 시 총서기는 관람 후 감회를 담아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낙후되면 얻어맞고, 발전을 해야만 스스로 강해진다는 것을 전 당원 동지들이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며 "중국을 반식민지로 전락시킨 아편전쟁 이후 170여년의 분투 결과 중화민족은 위대한 부흥의 밝은 미래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8분간 이어진 시 총서기의 연설은 방송국의 편집없이 녹화된 내용 그대로 이날 저녁부터 중국 전역에 방송됐다.


2022년까지 중국을 이끌 시 주석은 중국 사회를 어떻게 바꿀까? 그는 중국의 현재를 1978년 개혁개방을 선택했던 시기에 못지 않게 중요한 시기로 봤다.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 주요 간부들 앞에서 "지금 개혁은 새로운 중요한 순간에 도달해 있다"며 "개혁 추진의 복잡성, 민감성, 어려운 정도는 결코 30여 년 전에 못지않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

◆덩샤오핑 이후 최고 권력자= 지난 7월 공개한 홍콩대 뉴스미디어연구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시 주석에 대한 공산당의 선전은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가장 많았다. 마오쩌둥과 화궈펑(華國鋒), 덩샤오핑(鄧小平),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 주석 등의 이름이 집권후 첫 18개월동안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 지를 분석한 결과다. 시 주석이 인민일보에 등장한 횟수는 4725번에 달했다. 7000번에 근접하는 마오쩌둥에는 못 미치지만 장쩌민(2001번), 후진타오(2405번) 등의 언급횟수를 크게 넘어섰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지도자 선전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시 주석에 대해서는 달랐다. 그의 권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뜻한다.


시 주석은 이전 집권자들과 달리 정권 초기부터 강력한 권력을 부여받았다. 과거 후진타오는 공산당 총서기 취임 후 수개월만에 국가 주석 등을 장쩌민으로부터 이양받았지만, 군권은 2년이 지난 뒤에야 넘겨받았다. 당과 정부는 이양했지만 권력의 최후 보루인 군은 한동안 넘겨받지 못한 것이다. 시 주석의 경우에는 당권을 넘겨 받을 때 군권까지 같이 이양받아 집권 초기부터 지배체제를 공고히 했다. 당초 시 주석이 집권했을 때만 해도 '파벌간 절충의 결과로 등장한 정권이니 만큼 권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제는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이르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의 힘은 권력행사에도 드러난다. 중국에는 그동안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刑不上常委)'는 묵계가 있었다. 중국 공산당 최고수뇌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면 낙마하거나 공산당원 신분을 상실하는 일은 있어도 형사상 처벌을 받는 일은 없었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이같은 묵계는 깨졌다. 시 주석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을 처벌작업에 착수하는 등 무소불위의 힘을 보였다. 저우융캉은 공산당 기율검사위로부터 조사를 받기 위해 구금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융캉에 대한 처벌은 묵계 속에서 보호받아온 원로들을 안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반부패운동의 차원에서 추가로 전현직 지도부를 향해 사정의 칼날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우융캉 체포 이후 주요 권력기관과 군, 지방정부는 시 주석에 대한 공개 지지의사를 밝히며 충성을 다짐했다.


◆'중국의 꿈' 꾸는 시진핑= 시진핑은 2012년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면서 연설을 통해 '중궈멍(中國夢, 중국의 꿈)'을 제시했다. 중국의 위대한 부활, 민생의 개선, 보다 나은 사회 건설, 군사력 강화 등을 표방한 중궈멍은 명시적인 목표로 제시되기보다는 선전 구호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중궈멍 이면에는 마오쩌둥과 같은 급의 위대한 지도자로 남고 싶은 시진핑의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끊이지 않았다.


시진핑이 총서기에 취임한 후 그의 첫 지방 방문지는 중국 개혁개방의 전진기지인 광둥성(廣東省)이었다. 이에 대해 윌리 람 홍콩대 교수는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경제 정책방향은 양적 확대에서 질적 확대로, 외형적 확대에서 내실을 찾는 방향을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 회의에서도 "중국 경제는 이미 새로운 발전단계에 접어들어 현재 근본적인 방식의 전환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필히 조정의 진통과 성장의 아픔을 수반하게 되지만 그만큼 대가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양적 성장에서 탈피해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는 경제 개혁의 방향과 관련해 "전면적 개혁심화는 반드시 사회의 공평과 정의의 촉진, 인민복지의 확대를 그 출발점이자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공평한 사회적 환경을 만들지 못한 채 오히려 더 심각한 불공평을 야기한다면 개혁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고 지속되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산주의의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개혁개방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권력 감시를 위해서는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하는 대신 권한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권력 독점의 폐해는 그가 어린 시절 몸으로 직접 느꼈던 일이기도 하다. 그는 중앙기율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력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려면, 권력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고 과학적으로 배분하며 서로 다른 성격의 권력은 서로 다른 부문, 단위, 개인이 행사하게 하고 과학적 권력구조와 운영기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서는 '공산당 1당 독재 시스템'을 지켜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진핑은 "당의 정책은 국가 법률을 선도하고 안내하며, 입법의 근거이자 법 집행과 사법의 중요한 지침"이라고 밝혔다. 당의 정책이 법률에 우선한다는 뜻으로 중국 공산당 주도의 정치 사회를 계속해서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한 시진핑은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거의 6억명, 스마트폰 사용자는 4억6000만명이며 웨이보는 3억명이 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인터넷에 대한 관리 및 통제가 확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전과 사상 업무는 사람을 만드는 업무"라며 "깨끗한 인터넷 공간을 이룩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언론 통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강한 중국'에 흔들리는 동북아=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갈등이 고조되자 겉으로는 '강력 대응'을 외치면서도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후더핑(胡德平) 전 정협 상무위원이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했다. 후더핑은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아들로 시 주석과 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가 시 주석을 만나 오는 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의 특사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 상대방 정상을 만나 관계 정상화를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양국간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영토갈등과 불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 등 민감한 현안들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 강경파들의 목소리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못지 않게 시 주석의 '팽창' 의지도 강하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면서 미국과의 상호 호혜적인 공존을 표방하는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는 긴장관계보다는 협력관계가 아직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을 상대로 한 연설을 통해 "싸울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는 강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중국의 위상에 걸맞는 힘을 보유할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중국이 팽창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마찰을 감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군사적 긴장관계는 더욱 고조될 수 있다. '중국의 꿈'이 무르익을수록 동북아지역 힘의 균형도 흔들릴 수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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