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격동 한국외교의 Key-man 아베 & 시진핑]어떤 야당보다 강력한 야당인 퍼스트레이디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공식적으로는 일본 정치에서 최대 야당은 민주당이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어떤 야당보다 막강한 야당이 총리관저에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퍼스트레이디 아베 아키에(安倍昭惠)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가정내 야당'으로 불리는 아키에는 일본의 원전 재가동 정책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소비세 인상 정책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안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총리부인이 누구인지조차 관심이 없었던 일본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총리부인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그늘 속에서 감춰진 존재로 살아야만 했던 그동안의 총리부인과 달리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의제를 제기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에는 일본의 대표적 제과업체인 모리나가 가문의 외손녀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에서 일했던 아키에는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주선으로 아베를 만나 1987년 결혼했다.
술을 못 마시는 아베와 달리 매우 사교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아키에는 술 실력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의 지역구에서 '아키'라는 애칭으로 라디오 방송 DJ로 일했던 것도 그녀의 이색 이력이다. 선거가 있을 때에는 다른 지역구 지원으로 자신의 지역구를 챙길 수 없는 아베를 대신해 유세를 돌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2007년 초라하게 총리직을 사임했을 당시 아키에는 일본식 유기농 안주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선술집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2012년 가을 아베 총리는 정계 복귀를 활발히 준비중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도쿄에서 선술집을 열었다. 아베 총리는 부인에게 가게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술집 여는 것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에와 아베 총리 사이에는 자녀가 없다. 이와 관련해 아키에는 일본의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입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소문난 한류팬으로 한국어 교과서 정도는 술술 읽을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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