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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열전]일본 정치 1번지 나가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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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격동 한국외교의 Key-man 아베 & 시진핑] 파벌정치의 틈바구니에서 강성행보 나선 아베 신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올해 6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결정하자, 나가타초(永田町)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나가타초는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구(千代田區)에 위치한 인구 419명(2010년 기준)의 작은 행정구다. 이곳에 1만명의 시민이 몰려와 '전쟁반대', '아베 퇴진' 등을 외치며 일본 정부의 결정을 강력 규탄했다. 일본의 정치1번지를 꼽자면 단연 나가타초다.


나가타초라는 지명은 에도시대 초기 에도성 가까이에 나가타(永田)성을 가진 사람의 저택이 몰려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메이지시대에는 육군성 등이 들어서 나가타초는 곧 육군참모본부를 일컫는 말로 통하기도 했다.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다시 개발돼 1936년 국회의사당이 완공되면서 일본 정치의 중심지역으로 거듭났다.

나가타초에는 국회의사당 외에도 총리 관저, 중의원과 참의원 의장 관저, 주요 정당 본부 등이 몰려 있다. 이 때문에 나가타초는 행정구역상의 지명 외에도 의회정치의 대명사가 됐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제도를 고려했을 때 일본 중앙정치는 나가타초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가타초 남쪽에는 중앙관청지구인 가스미가세키(霞が關)가 있다. 일본 국회 북쪽에는 일왕(日王)이 머무는 황거가 있다.


일본 국회는 양원제로 운영된다.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은 임기 4년으로 소선거구제와(300명)와 권역별 비례대표제(11개 권역, 180명)를 통해 선출한다.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은 임기 6년으로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146명을 뽑고 비례대표(전국 단일 권역)로 96명을 뽑는다. 참의원은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선출한다. 중의원의 임기는 4년이지만 총리가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반면에 참의원은 임기가 보장된다. 권한의 측면에서는 중의원이 참의원보다 우선한다.

총리는 중의원과 참의원이 각각 투표를 실시해 선출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신이 이끌던 자민당이 480석 가운데 294석을 차지함으로써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일본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민의가 잘 반영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법안의 심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개헌의 경우에는 양원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발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1946년 현행 헌법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2년 중의원에서 대승을 거뒀던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개헌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2013년 참의원 선거 승리에도 불구 개헌정족수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일본의 헌법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마저 2007년에서야 만들었다.


일본 정치의 중심이 나가타초지만, 실질적인 일본 국가 운영은 중앙행정관청이 몰려 있는 가스미가세키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같은 분석 이면에는 정치는 형편 없어도 관료가 우수하기 때문에 일본의 발전이 있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 비리, 성청 할거주의(부처 이기주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관료에 대한 일본사회의 신뢰도 약화됐다. 결정적으로 1990년대 '잃어버린 20년'을 촉발시킨 대장성의 부실채권 처리과정의 무능은 관료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냉전 해체라는 국제 환경 변화와 관료들의 비리와 무능, '잃어버린 20년'의 상처 속에서 나가타초 역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의 정치시스템은 현상 유지ㆍ관리에는 뛰어난 기능을 발휘하지만 새로운 변화에는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반 월퍼렌은 "일본의 권력은 자율적이며 반쯤 상호의존적인 다수의 조직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주권자인 선거민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지는 일도 없을 뿐더러 조직 상호간에 궁극적인 지배관계도 없다. 어느 조직을 보더라도 국가정책의 최종 책임을 진다거나 긴급을 요하는 국가적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만한 힘은 없다"며 "분권적 권력구조가 '무책임 국가'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마구치 지로(山口二郞) 훗카이도대 교수도 "전후 일본은 전쟁이라는 최악의 집합적 의사결정에 의해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국가 노선이라는 집합적 의사결정의 과제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틀에 의존함으로써 사고 자체를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야마구치 교수는 "전후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고도 경제성장 시대에는 문제 해결을 미뤄두면 문제 자체가 소멸되는 행복한 시대였지만 이제 일본은 제로(0) 성장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와 직면하기를 회피한 채 미루기만을 계속해왔다"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치의 문제점으로 총리의 힘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상훈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정당내 다양한 파벌이 있는 일본 정당 구조의 특징과 의원들의 개별이익정치, 총리 보좌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일본 총리는 제도적으로 권한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잃어버린 20년의 기간 동안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등 거물 정치인들은 무기력한 정치구조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 일본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시모토의 경우에는 총리를 보좌하는 내각부를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행정개혁을 단행했다. 고이즈미는 내각 구성 과정에서 그동안의 파벌 정치를 무시한 내각을 짜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총리관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쟁 성향이 강한 아베 정권을 일본인들이 지지하는 심리 이면에는 현실에 불만족스러워하며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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