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수상한' 본부장 등 임원 공모가 잇따르면서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면서 관피아 척결에 나섰지만 본부장 등 공공기관 내 주요 보직은 도청 내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퇴임한 공직자들로 채우는 관피아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지난 19일 경기평택항만공사 경영관리본부장(사무 2급)을 뽑기 위한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이번에 뽑는 경영관리본부장은 사장에 이은 조직 내 '넘버2'로 경영기획, 홍보마케팅, 사업개발, 시설관리 등 4개 팀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다.
문제는 경기도가 공개 채용을 진행하면서 이미 경영관리본부장에 정년퇴임을 앞둔 도청 A과장(서기관)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A과장은 서해안의 대표항인 평택항과 관련이 없는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도내 산하기관들의 경우 과거에는 도청 퇴임 공직자들이 일부 본부장으로 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공개경쟁을 통해 산하기관 주요 임원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도 최근 원장이 물의를 빚고 사퇴해 공석인 상황에서 비상임인 산학연지원센터장을 상근 본부장으로 격상하고 후임자 물색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과기원은 지난 1월 전임 센터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났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9개월째 새로운 센터장을 채용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센터장을 본부장으로 격상하고, 비상근을 상근으로 바꾼 뒤 채용을 진행해 특정인을 염두에 둔 '위인설관(爲人設官)'식 자리보전을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학연지원센터장은 현재 수당 없이 연간 4200만원의 급여를 받지만 상근 본부장으로 격상되면 연봉이 7000만원대로 오르고, 별도 수당도 받는다.
경기과기원 관계자는 "새로운 원장이 언제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업무공백이 우려돼 공모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상근직 전환은 본래 기관 운영목적상 모든 직원은 상근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경기복지재단 내 공석인 노인일자리지원센터장 내정설도 나돌고 있다. 경기복지시민연대는 24일 성명을 통해 "경기복지재단이 공석이던 노인일자리지원센터장에 도청 퇴직공무원 출신을 내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연대에 따르면 복지재단은 이달 5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노인일자리지원센터장 공개채용 공고를 내고 복수의 지원자 중 도청 퇴직공무원 1명을 포함한 3명을 25일 최종 면접자로 확정했다. 복지연대는 노인일자리지원센터장은 민간과 퇴직공무원이 경쟁하는 자리로 분류되지만 공개경쟁이 얼마나 공정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는 18일부터 상임감사 1명과 비상임이사 2명 등 3명의 임원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상임감사는 ▲3급 이상 공무원 경력자 ▲국가 또는 경기도 투자기관에서 임원급 이상으로 1년 이상 또는 1급 이상 직급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자격조건을 규정했다. 자격 요건만 놓고 보면 관피아 논란이 불거 질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공석인 경기개발연구원 사무처장에도 도청 고위 공직자가 내려갈 거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전임 사무처장은 경기도 복지여성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 비전담당관을 지낸 김경희 씨였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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