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권리금 회수방해한 임대인에 배상책임
정부,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대책 4대분야 정책패키지 마련
권리금시장 33.1조 4%인 1.3조 피해 추산…120만 임차인 직간접 보호기대
임금피크제 지원 1080만원으로 인상…장년층 시간선택제ㆍ전직 장려금 지원
자영업대책 가칭 상권관리법 제정 건물주-상인-지자체 주도 골목상권 활성화
지자체 공영주차장 설치지 50%국비지원…무료주차장 유료 전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앞으로 220만명으로 추산되는 모든 상가임차인은 건물주가 바뀌어도 5년간의 계약기간을 보장받는다. 상가주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막을 경우 임차인은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장년층의 고용안정과 퇴직 후 대안없이 자영업으로 직행해 피해를 보는 사례를 막고자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줄어드는 근로자에 대한 지원금이 연간 1080만원으로 확대되고 시간선택제 전환과 전직 장려금도 지원된다.
정부는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런 내용을 담은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기재부와 법무·고용·국토부,중기청 등이 함께 마련한 이번 대책은 상가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방안과 장년고용안정대책, 자영업자 생애주기 단계별대책, 주차난 완화대책 등 4개 분야별 정책패키지로 구성됐다.
자영업의 최대핵심 애로사항인 권리금보호방안은 임차인이 상가건물주와 상가주인(임대인)의 갑(甲)의 횡포에 맞설 수 있도록 권리금을 법제화하고 임차인에 대항력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상가 임대인은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이나 현저한 고액의 차임 또는 보증금을 요구하는 등 법률에 규정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손해배상 기준이 되는 권리금 산정기준은 국토교통부 고시로 추후에 정할 예정이다.
임대인에게는 새 임차인이 보증금 또는 차임 지급능력이 없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해야 하는 협력 의무를 부과받는다. 정부는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기 위해 협력 의무 기한을 임대차 종료 후 2개월, 임대차 종료 3개월 전에 갱신 거절을 통지한 경우 임대차 종료시 등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임대차계약법의 적용 기준이 됐던 환산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임차인에 대해 건물주가 변경된 경우에도 5년간(계약갱신보호기간) 계약기간이 보장된다. 현재는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만 보장됐고 이외의 경우 건물주가 바뀌면 보장받지 못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가 어려웠다. 분쟁 예방을 위해 권리금의 정의를 법률에 명시하고 상가임대차와 권리금 표준계약서도 도입된다. 현재 상가권리금시장규모는 33조1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권리금피해는 이중 4%정도인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국회에서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돼 통과되면 120만여명 임차인의 권리금(평균 2748만원)이 보호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영업대책으로는 창업에 대비해 교육ㆍ인턴ㆍ체험ㆍ자금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5개 소상공인사관학교를 신설하고 무분별한 창업을 막기 위해 A(안전), B(주의), C(위험), D(고위험)등급 등의 경고등 표시제도도 실시한다. 고금리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기존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5000억원을 투입해 평균 21.6%에 달하는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7%의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건물주와 상인,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낙후된 구도심 골목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상권관리법(가칭)을 만들어 상권관리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를 훨씬 넘는 자영업 비중을 18∼19% 등 10%대로 낮춘다는 목표다.
장년층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50세 근로자에게 경력진단, 진로, 노후설계 등 생애설계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장년 나침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임금피크제 재정지원을 2년간 한시적으로 1인당 840만원에서 1080만원으로 늘린다. 50세 이상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신청권을 부여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면 중소ㆍ중견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2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한다. 퇴직 예정자의 전직 지원을 위해 사업주가 재취업 지원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1인당 100만원의 '이모작장려금'을 주고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한 전직지원 의무화도 추진한다.
자영업자에 대한 고객 접근성을 막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거지, 구도심 등에 공영주차장을 만들 때 국비를 지원하고 주차빌딩과 주택의 복합 건축을 허용해 주차빌딩 건축을 활성화한다. 전통시장의 주차장 지원은 올해 477억원에서 내년 891억원으로 확대한다. 공영주차장 요금도 현행 30분 이내 1000원을 5분 이내 무료, 5∼10분 200원, 25∼30분 1천원 등 5분 단위로 세분화하고 무료 주차장의 유료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오전 새누리당과 가진 당정협의에서 "상가권리금 문제는 지난 20년간 여러 차례 입법이 시도됐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어려운 과제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임차인의 상가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면서도 임대인의 재산권이 불합리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영업의 어려움은 우리 경제가 당면해 있는 가장 큰 구조적 문제 중 하나이며, 민생경제 회복이나 내수 활성화, 양극화 완화 등은 모두 자영업자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라고 강조하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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