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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벨트냐, 현대차타운이냐…강남 한전땅 주인 결정 하루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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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최대열 기자]삼성전자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먼저 입찰 참여를 선언한 현대차그룹과 2파전으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기존에 서울 강북 태평로 일대에 둥지를 틀었다. 강남 서초동에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한 사옥을 마련하며 외연을 넓혔다. 이번에 삼성동 한전부지까지 사들인다면 서울 내 주요 거점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삼성벨트'가 형성될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낙찰받는다면 서울 주요 도심에 사실상 첫 '현대타운'을 만들게 된다. 2000년대 초 양재동에 본사를 마련했으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곳인데다 수년 전 성수동 뚝섬부지에 마련키로 했던 초고층 타워가 무산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입찰에 적극 나섰던 배경이다.


17일 삼성전자는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경쟁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자계열사 또는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차원에서 부지 입찰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입찰에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이번 입찰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삼성전자 단독으로 입찰했으며 부지 사용 계획 등은 18일 오전 최종 입찰자로 선정될 경우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내 부동산 종합 개발 계획에는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의 부동산팀이 관여한다. 이번 입찰은 삼성전자 내 부동산 개발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입찰건은 그룹 차원이 아닌 삼성전자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통상 그룹 차원의 개발 계획이 있을 경우 타 계열사의 부동산팀이 관여하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 내 부동산 개발팀만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당초 재계는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 또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삼성전자와 해당 부지를 필요로 하는 계열사들이 함께 컨소시엄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증권가 일각에선 코엑스 건너편이라는 부지 자체의 특성을 고려해 호텔신라와 제일모직 패션부문, 삼성에버랜드 등이 개발해 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바 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삼성전자가 단독 입찰에 나서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종 낙찰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부지 사용 계획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삼성전자의 향후 사업계획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삼성동 부지 입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지를 개발해 별도의 부동산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현재 사용중인 사업과 관련된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 또는 연구개발(R&D) 목적으로 사용한 뒤 먼 미래에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가 3세들의 주요 거점으로 변경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때문에 해당 부지를 개발해 별도의 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현재 진행중인 사업과 관련된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교통, 위치 등 입지 조건이 좋은 삼성동 한전 부지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서울 시내 거점이 필요한 기업들에게는 단순히 금액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면서 "삼성그룹 입장서는 자금여력이 좋은 삼성전자가 우선 부지를 확보해 놓고 먼 미래에 그룹 차원에서 태평로, 서초동과 함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매력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매각 공고가 나온 직후부터 꾸준히 인수의지를 피력한 현대차그룹은 본사로 활용하는 동시에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에 걸맞게 컨벤션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갖추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이나 BMW, 벤츠, 도요타 등 세계 유수 업체는 본사나 인근 공간을 활용해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등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 주고 있다"며 "반면 국내 대표 자동차그룹인 현대차그룹은 공간적 한계로 브랜드 가치경쟁에서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 각지에 생산ㆍ판매망을 갖춘 만큼 대규모 컨벤션 수요는 상당하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현대차가 해외에서 진행한 행사만 270여 차례, 인원으로는 2만8000여명에 달했다. 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까지 더하면 연 7만~8만명의 행사를 해외에서 치렀다. 숙박이나 관광, 쇼핑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치 못해 그랬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인수 후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지을 경우 각종 해외행사를 국내에 유치하는 등 2020년께 10만명 이상이 한국을 다녀가 1조3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낙찰 하한가(예정가격)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낙찰액은 감정가(3조3346억원)를 훨씬 웃도는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단독입찰로 인한 유찰 가능성은 사라졌고 더 높은 가격을 써 낸 곳 가운데 예정가격을 1원이라도 넘긴 곳이 있다면 18일 오전 낙찰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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