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부지 매각입찰에 대해 현대차에 이어 삼성도 참여키로 최종 결정됐다. 단독입찰로 인해 유찰될 일이 사라지고 입찰하한가(예정가격)를 넘겨 더 높은 가격을 써 낸 곳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입찰 마감 때까지도 참여여부를 밝히지 않은 삼성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매각 공고가 나온 직후부터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인수 이후 구체적인 개발계획까지 내놨을 정도. 현대차그룹이 밝힌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조성안을 보면, 해당 부지에 그룹 주요 계열사를 한데 모으는 한편 인근 코엑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문화ㆍ생활 컨벤션 기능을 갖춘 자동차 랜드마크를 짓는 쪽으로 모아진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등이 본사로 쓰고 있는 서울 양재동 사옥은 수용능력이 턱없이 모자라 주요 계열사 본사가 각기 따로 흩어져 있다. 회사는 "그룹 계열사는 30개, 소속 직원이 1만8000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곳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며 "주요 회의참석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이동에 허비하고 외부 VIP가 본사를 들렀을 때도 영접공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당초 성수동 뚝섬부지에 대규모 빌딩을 짓고 본사로 쓰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서울시 방침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이번 삼성동 부지 입찰에 적극 뛰어든 배경이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5위권에 걸맞게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자동차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이나 BMW, 벤츠, 도요타 등 세계 유수 업체는 본사나 인근 공간을 활용해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등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 주고 있다"며 "반면 국내 대표 자동차그룹인 현대차그룹은 공간적 한계로 브랜드 가치경쟁에서 어렵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본사로 쓰는 업무시설과 함께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 클러스터 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업무시설로는 인근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을 짓고 다른 공간은 관광ㆍ문화거점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 각지에 생산ㆍ판매망을 갖춘 만큼 대규모 컨벤션 수요는 상당하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현대차가 해외에서 진행한 행사만 270여 차례, 인원으로는 2만8000여명에 달했다. 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까지 더하면 연 7만~8만명의 행사를 해외에서 치렀다. 숙박이나 관광, 쇼핑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치 못해 그랬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인수 후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지을 경우 각종 해외행사를 국내에 유치하는 등 2020년께 10만명 이상이 한국을 다녀가 1조3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짓는다면 대규모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내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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