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싸움으로 번진 '삼성 세탁기 파손'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삼성 "고의로 부수고 다녔다" 수사의뢰
LG "제품의 내구성 문제" 치열한 감정싸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권해영 기자]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가 열린 독일 현지에서 벌어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감정 싸움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됐다.
지난 12일 삼성전자측이 '조성진 LG전자 사장과 개발 임원들이 고의로 독일 현지 가전 매장의 전략 제품들을 부수고 다녔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지난 14일 LG전자측이 '삼성전자 제품이 유난히 부실하다'는 해명을 내 놓으며 양측의 감정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사건의 재구성, 상반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장= 지난 9월 3일 오전 10시 30분경(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자툰 슈티글리치 매장에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부장(사장)과 HA 개발팀을 맡고 있는 조모 상무 등 7~8명이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 일행이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인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에 다가가 세탁기 문을 연 뒤 위에서 허리를 굽혀 아래로 누르는 동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제품의 문이 이미 헐거워져 있었고 흔들거리는 상태에서도 문이 정상적으로 닫기는지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 뒤인 12시 30분, 조사장과 동행했던 조 상무 및 LG전자 임직원들이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 나타났다. 이들은 해당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로 다가가 문을 연 뒤 위에서 눌러 제품을 파손시켰다.
삼성전자는 조 상무를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이 삼성전자 세탁기 1대를 파손시킨 뒤 자리를 옮겨 매장에 전시된 삼성전자 세탁기들을 연이어 파손시켰다고 주장했다.
12시 40분경 독일 현지 경찰이 유로파센터에 출동해 조 상무를 비롯한 2명의 LG직원들을 심문했다. 심문 과정에서 LG전자 직원은 유로파센터에 전시된 삼성전자 세탁기 4대를 전액 변상하기로 한 뒤 호텔로 귀가했다.
LG전자측은 매장에서 통상적인 테스트를 진행했을 뿐이고 매장에 전시된 여러 경쟁사 제품(밀레, 보쉬, 삼성전자 등) 중 유독 삼성전자 제품만 약간의 힘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파손됐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고의로 제품 손괴" LG전자 "제품 자체의 문제= 양측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HA사업부 임원들이 독일 현지 가전 매장에서 고의로 삼성전자 제품만 파손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매장 뿐만 아니라 조 사장과 함께 동행한 임원이 다른 매장으로 가서 세탁기 여러대를 같은 방법으로 파손한 것은 분명한 고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스트를 할려면 제품을 구매해서 하는 게 맞지,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경쟁사 제품을 힘으로 밀어보고 댕겨보고 하는 게 LG전자식 테스트"냐고 반문했다.
당시 독일 현지에서 세탁기 문을 망가뜨렸던 LG전자의 연구원은 "다른 제품도 다 똑같이 했는데 삼성 것만 망가졌다면 삼성이 오히려 제대로 제품을 만들지 못한 것 아니냐"면서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성진 사장이 매장에서 세탁기를 살펴봤을때 이미 세탁기 문의 힌지가 헐거워져 있었던 상황"이라며 "밀레, 보쉬 등 타 경쟁사 제품들은 같은 방법으로 테스트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삼성전자 제품만 망가졌다"고 말했다.
◆상대 흠집내려 이슈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상대방을 향해 흠집을 내기 위해 이슈화 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자사 전략 제품을 흠집 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파손시킨 뒤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말 테스트를 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면 LG전자측에서 굳이 제품 여러대를 부수지도 않았을 것이고 단순 실수였다고 사과를 하면 끝났을 문제"라며 "자사 전략 제품을 흠집내기 위해 사과 대신 유독 삼성전자 제품만 약했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통상적인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를 현지 경찰은 물론 국내서 수사의뢰까지 하며 이슈화 하는 삼성전자가 자사를 흠집내려 한다고 비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하려 했다면 굳이 조성진 사장과 임원들이 가서 부술 필요가 뭐가 있었겠나"라며 "글로벌 세탁기 시장 1위인 당사에 대한 삼성전자의 흠집내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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