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여자가 아니지만 여자는 김치다. 얼, 버무리고 숨, 죽이는 시간들이 빛으로 서려있다.
얼은 그 넋의 영원이고 숨은 그 생의 찰나이다. 넋을 버무리는 사람은 자기 존재를 얼버무리는 사람이다. 숨을 죽이는 사람은 자기 생을 깊이 파묻는 사람이다.
가장 뜨거운 빛깔로 가장 서늘한 목젖을 흔드는 기획, 가장 서늘한 빛깔로 가장 뜨거운 코끝에 닿는 연출. 그래서 김치는 붉은 빛과 푸른 빛이 서로를 껴안고 그 차이에 숨은 원한을 삭인다. 속인다고 해도 좋다.
여자들이 김치에 감정이입하며 키워온 꿈틀거리는 빛과 우물거리는 어둠, 흐르는 애욕과 차가운 독수공방의 절인 날들. 그 빛과 어둠을 먹는 자들은, 여자의 역사를 베무는 자들이다.
아름답고 깊고 아픈, 맛의 치(痴), 한 허벅지를 쭉 찢어 사내의 혀끝에 들이미는 아내, 상열(相悅) 혹은 에로틱.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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