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제품 발표와 함께 주가 하락…고급 시계 산업 '다크호스' 될까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세계 명품 시계업체들이 애플의 스마트 시계 '애플워치'의 등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애플워치가 단순한 전자 기기를 넘어서 고급 시계 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이 9일 '아이폰6'와 함께 애플워치를 공개한 뒤 스와치그룹, 리슈몽 등 스위스 고급 시계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스와치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1% 급락했다. 같은 기간 리슈몽도 7% 내렸다. 이들 주가 부진의 일등공신은 애플워치 등장에 대한 우려다.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은 지난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워치(애플워치의 가칭)가 스위스 시계 산업을 곤경으로 빠트릴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에 대해 명품 시계의 대명사인 스위스 시계를 위협할 정도로 애플이 스마트 워치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전날 모습을 드러낸 애플워치는 단순한 전자제품을 넘어서 최첨단 착용 가능한(웨어러블) 기능과 패션을 모두 잡겠다는 애플의 야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애플워치의 터치스크린에는 강도가 센 사파이어 글라스가 입혀져 고급지향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기본형·스포츠형과 함께 나온 에디션형의 경우 18캐럿 금으로 만들어졌다. '골드'와 '로즈 골드' 2개 재질로 출시된 이 모델의 본체 케이스는 도금이 아닌 통째로 금으로 제작됐다. 시장은 이를 명품 시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애플의 의지로 받아들였다.
스와치그룹은 시계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리슈몽은 이 비율이 46%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애플워치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을 경우 고급 시계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애플워치의 출시가격은 349달러(약 36만원)부터로 수천~수만 달러를 넘는 최고급 명품 시계들에 비하면 저렴하다. 하지만 애플워치의 가격대는 고급 시계 제조사들의 저가 시계 범위와 겹친다. 스와치그룹만 봐도 저가 시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물론 애플워치의 위력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내년 초 출시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워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혹평도 나온다. 그러나 애플워치가 기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시계 산업의 '주류' 자리를 꿰 찰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그동안 역사와 명성에 의존해 온 글로벌 고급 시계 업체들 역시 변화가 불가피할 듯하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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