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9·1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해 당정 '온도차'
-속도감 있는 경제 정책 추진하는 정부와 입법화 결과물 만들어내야 하는 與
-서로 입장 달라 각론 충돌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정부가 강력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경기 부양에 불을 지피고 있는 가운데 입법화로 뒷받침해줘야 하는 여당과 미묘한 '엇박자'가 감지되고 있다. 경제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정부와 국회에서 입법화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집권 여당의 입장이 각론에서 잇따라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증진법·지방세법 등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입법화가 필수적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그동안 당정협의를 통해 담뱃값 인상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왔다.
당정은 지난달 4일 담뱃값을 500원 올리고 2016년 이후 물가 상승률을 적용하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 후 당ㆍ정ㆍ청 회동에서는 담뱃세 인상 안건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여당이 정부가 추진하는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증세라며 부담을 느낀 것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 장관의 담뱃값 인상 발표 직후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는 시기와 인상 폭이 전부 문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9·1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여당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정은 지난 1일 정부의 주택시장 활력회복 방안 발표에 앞서 국회에서 정책협의를 가졌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 중에 재건축 연한 완화 등 민감한 정책이 상당수 담겨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당정 협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이렇게 민감한 대책을 왜 발표 직전에서야 보고하느냐는 반발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며 "당정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당 정책위 차원에서도 투기 과열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안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당이 '신중론'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여당이 공무원 조직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실 청와대의 안과 국민을 현장에서 만나는 당의 안은 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 간의 책임 떠넘기기도 이뤄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당내 경제혁신특위 차원의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을 완성했지만, 발표 일자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시종일관 내세우고 있는 반면 여당은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기존 예상과 달리 5%대 증액으로 낮춰진 것도 여당의 지적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해 10% 예산 증액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당정 협의를 거치며 여당은 과도한 확대에 대해 재정건전성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 2차관은 "내년도 예산 규모는 당정 협의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과 같이 확장적으로 편성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의원들 의견처럼 재정증가율을 높이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5%대 증액이 나온 것은 기재부가 여당에게 제시한 비율이기도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당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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