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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위기의 삼성에서 떠오른 십전대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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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위기의 삼성에서 떠오른 십전대보탕 이승엽[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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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싸움에 프로야구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사이 야금야금 선두를 향해 나아가던 넥센이 지난달 31일 대구 원정 경기에서 선두 삼성을 7-0으로 물리치고 3.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넥센은 전날 7-4로 이기면서 이틀 사이에 승차를 2경기나 줄였다. 삼성은 지난달 27일 롯데와 경기 4-11 패배부터 이날까지 5연패. 지난달 24일까지 17승5패(77.3%)를 기록하던 후반기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30일에는 릭 밴덴헐크(12승 3패 평균자책점 3.64), 31일에는 장원삼(10승 4패 평균자책점 4.65)의 원투펀치를 내고도 뼈아픈 연패를 당했다.

최근 열 경기에서 3승7패로 기운이 빠진 선수들을 보면서 ‘십전대보탕’이 문득 떠올랐다. 이야기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삼성은 롯데를 파트너로 선택했으나 홀로 4승(5경기 등판)을 거둔 최동원(작고)에게 밀려 1982년 OB에 원년 챔피언 자리를 내준데 이어 또 한 번 한국시리즈에서 좌절했다. 1984년 당시로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인 김일융을 영입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삼성은 1985년 2월 국내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구단 스프링 캠프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그 무렵 나라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어렵게 마련한 일정이었다. 박영길 타격 코치가 작성한 전지훈련 보고서는 책으로 펴낼 정도의 양이었다. 그해 삼성은 팀 타율 3할을 기록했다.

아무튼 전지훈련 효과는 그해 전기리그에서 바로 나타났다. 40승14패1무로 2위 OB(29승 1무 25패)를 무려 11게임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어진 후기리그에서 8월 4일까지 선두는 롯데였다. 2위 삼성에 4.5경기차로 앞섰다. 마침 8월 6일부터 12일까지 부산과 대구로 이어지는 두 팀의 5연전이 준비돼 있었다. 김영덕 감독은 5연전을 앞두고 글쓴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후기리그 1위, 즉 한국시리즈를 아예 없애고 통합 우승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야구는 정말 모르는 것.


삼성은 6일과 7일 부산 원정(당시에는 구덕 구장) 2연전에서 7-5, 3-0으로 2연승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요즘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황규봉-김일융-김시진의 계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대구로 돌아온 삼성은 9일 5-2로 또 이겼다. 5연전에서 2승3패 정도면 후기 리그 1위를 할 수 있겠다고 계산했던 롯데는 어느덧 1.5게임차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삼성은 11일 대구에서 또 이겼다. 장효조(작고), 배대웅, 김용국, 오대석이 홈런 잔치를 벌여 12-5로 롯데를 제압했다. 승차는 0.5경기.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롯데는 결국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12일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김일융의 호투와 송일수의 선제 결승타 등 재일동포 배터리의 활약에 눌려 1-3으로 졌다.


입추가 지나면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데 올해 더위는 처서가 지나 9월인데도 여전하다. 1985년 그해 여름은 특히나 더웠다. 게다가 대구 여름 더위는 전국적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새마을 기차에서 내려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시민운동장까지 갈 때면 예외 없이 대구 더위가 화제였다.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은 방향을 잘못 앉혀서 오후 들면 햇볕이 1루 더그아웃으로 비쳤다. 본부석 2층에 있는 기자실도 햇볕에 무방비 상태였다. 믿을 건 털털거리는 선풍기 하나뿐.


대구 3연전 기간에도 변함없는 풍경이었다. 글쓴이는 그때 삼성 더그아웃에서 특별한 음료를 대접 받았다. 더위도 식히고, 보양도 하라면서. 그 음료가 바로 십전대보탕이다. 삼성 구단은 더위에 지친 선수들의 원기를 살리기 위해 십전대보탕을 준비하는 정성을 보였다. 베로비치 전지훈련에 ‘십전대보탕'까지, 어느 쪽 효험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부산~대구 5연전을 휩쓴 삼성은 이후 더욱 스퍼트해 후기 리그에서도 37승18패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롯데(32승 23패)와는 5게임차였다. 5연전 이후 김영덕 감독은 ‘화장실을 다녀온 뒤’ 마음이었다.


십전대보탕은 인삼과 백출, 백복령, 감초, 숙지황, 백작약, 천궁, 당귀, 황기, 육계 각 4g씩으로 한 첩이 구성되고 여기에 대추 2개, 생강 3쪽을 넣고 물에 달여서 복용한다고 한다. 1985년 여름 삼성 더그아웃에는 수백 첩을 달인 십전대보탕이 있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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