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뻥, 속이 후련 로커, 한강을 지배하다 …총10개팀 참여 중 '메이저7' 대상
-외국인도 찾는 여의도 명물잔치로 …고영선 차관 "칼퇴근 문화 만들 것"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박준용 기자, 윤나영 기자]"여러분, 준비됐나요?, 네~, 아니 더 크게, 준비됐나요?, 네∼∼, 자 그럼 시작합니다. 우리 신나게 한번 놀아 봅시다".
여의도 밤하늘에 직장인들이 꿈꿔온 '어린시절의 자유'가 울려퍼졌다.
아시아경제신문과 아시아경제팍스TV, STOO.COM이 공동 주최하고 고용노동부가 후원한 '아시아경제 직장인밴드 대회'가 지난 28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아시아경제 직장인밴드 대회는 직장인의 동료애와 애사심을 고취하고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높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예정된 일정보다 두 달이 늦게 열렸지만 참가자들의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웠다.
이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은 "'야근'이 일상화된 직장에서는 '함께 모여 연습을 한다'는 기본적인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과도한 연장근로, 휴일근로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서 '칼퇴근이 일상적인 회사', '주중에 이틀은 취미생활을 하는 저녁'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왕년에 록 좀 하셨나요?" 대회 부제에 맞게 참가자들은 록커로 변신,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실력을 물빛무대 위에서 쏟아냈다. '평범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 '생업을 위해 접어야 했던 어린 시절 꿈을 추억하기 위해', '그냥 음악이 좋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퇴근 후 음악활동을 해 온 참가자들은 이날 대회에서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헤비메탈에서 모던락,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가 소개됐다.
이날 대회 심사를 맡은 가수 김종서씨는 "사실 직장을 다니며 음악을 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한두 팀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프로에 버금가는 연주 실력을 보여주셨다"고 평가했다.
대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 그리고 직장 동료들이 함께 해 대회 개최의 의미를 더욱 깊게했다. 특히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에 산책 나온 시민 1000여명이 함께 대회를 지켜봐'아시아경제신문 직장인밴드 대회'가 여의도 명물 행사로 자리잡았다. 딸과 함께 우연히 공연을 보게 됐다는 주부 정은영씨(34)는 "우리 남편도 퇴근하고 매일 술만 마시지 말고 저런 음악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딸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고 했다.
한강 고수부지에 여자친구와 데이트 나왔다는 직장인 남유근씨(30)는 "학교 다닐 때는 누구보다도 활동적이고 호기심도 많고 이것저것 하기 좋아했었는데 회사 다니면서 일과 생활에 찌든 것 같다"며 "오늘 무대에 서는 참가자 모두가 다 부럽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왔다는 일본인 오카노 유유코씨(27ㆍ여)는 "여의도에 공연행사가 있다고 해서 찾아 왔다"며 "내년 대회에도 다시 꼭 관람하고 싶다"고 즐거워했다.
이날 열띤 경연을 벌인 결과 '메이저7'에게 대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메이저7은 프라이머리의 히트곡 '씨스루'를 자신만의 색깔로 편곡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관객들 사이에 '앙코르' 요청이 쏟아질 만큼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줬다. 메이저 7은 혼성 4인조 그룹으로 건설업과 출판업, 자영업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이 합심해 만든 밴드다.
최우수상은 헤비메탈을 선보인 인세인독스에 돌아갔다. 우수상은 디어 디바인과 더 다이아몬드 독이 각각 차지했다. 인기상은 필하모닉스에게 돌아갔다. 화합상은 해체 직전이 받았다. 지난해 개별 기업 직장인 밴드가 두각을 나타낸 것과 달리 올해는 마음이 모여서 만든 연합 밴드가 강세를 보였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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