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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가 소리쳤다 “넌 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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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가 소리쳤다 “넌 뭣고?” 가을로 드는 길목, 한적하고 고즈넉한 절집을 찾으면 속세의 번뇌는 사라지고 한껏 여유가 밀려온다. 금강산의 막내절 화암사경내 찻집에서 향긋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수바위를 타고 들어오는 가을바람을 맞는 정취는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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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진부령 굽잇길을 따라 강원도 고성을 갑니다. 구절양장 고갯길을 느릿 느릿 넘으면 참 소박하고 맛깔스럽습니다. 높아지는 파란하늘아래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불어옵니다.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후덥지근하고 끈적하던 바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떠들썩하던 휴가의 기운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고성땅은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산과 바다, 호수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죠. 그러나 이번 여행길은 바다도, 호수도 아닌 숲속에 고즈넉하게 들어 앉은 고찰입니다. 남한의 최북단 절집 건봉사(乾鳳寺)와 금강산의 막내절 화암사(禾岩寺)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사찰에 들면 속세의 번뇌는 순간 사라지고 한껏 여유가 온 몸을 감싸안는 그런 절집이다.
◇금강산 건봉사-1500년 옛절터 수더분하고 고즈넉하다
진부령을 넘었다. 도로의 끄트머리쯤 남한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절집 건봉사로 가는 샛길이 나 있다. 금강산 자락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사찰이다.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에 위치한 까닭에 한국전쟁 이후 통행이 제한되다 1989년부터 출입이 자유로워졌다.

창밖,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가 소리쳤다 “넌 뭣고?” 건봉사

건봉사는 국내 4대 사찰 중 하나다. 신라 법흥왕 7년(520년) 아도화상이 창건해 원각사라 이름 붙였다. 이후 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중수해 서봉사라 개칭했고, 공민왕 7년(1358년) 다시 건봉사란 이름을 되찾았다.

건봉사는 한국불교의 대성지였다. 당시엔 신흥사, 낙산사, 백담사 등 강원도 일대 대부분의 사찰들을 말사로 거느린 3,183칸의 대찰이었다. 하지만 1878년 산불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폐허가 돼 현재는 신흥사의 말사가 됐다. 참 역사의 아이러니다.


절 앞에 섰다. 또랑또랑한 계곡 물소리, 서늘한 기운과 숨통 트일 만큼 청청한 공기가 밀려온다.

절터 초입, 돌기둥 네 개로 떠받친 큰 문이 있다. 불이문(不二門)이다. '두 마음을 가지지 말고 오직 불심 한 마음을 가지라'는 뜻이다.


1920년에 세운 이 불이문은 한국전쟁 당시 피해를 입지 않아 온전한 형태다. 기둥에는 전쟁 때 맞은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불이문 현판은 해강 김규진의 글씨. 금강산 구룡폭포 암벽에 새져진 '미륵불'을 쓴 주인공이다.

창밖,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가 소리쳤다 “넌 뭣고?” 능파교

자박자박 계곡 물소리에 장단 맞춰 계곡길을 오른다. 잠시후 길은 두 갈래. 맞은 편 길은 적멸보궁으로 통하고, 오른쪽은 '능파(凌波)교'다. 능파란 사바세계의 고통을 불법(佛法)으로 헤침을 이른다.


보물 제1336호인 능파교는 대웅전과 극락전 지역을 연결하는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다. 숙종 30~33년(1704~1707년)에 축조됐으나 영조 21년(1745년)과 고종 17년(1880년)에 무너진 것을 10여년전에 복원했다.


속세의 번뇌를 계곡물에 씻어버리고 다리를 건넌다. 대웅전에 이르려면 십바라밀을 거쳐야 한다. 두 개의 돌기둥에는 보시(보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의 6바라밀과, 방편(方便), 원(願), 력(力), 지(知) 등 여섯 가지를 보조하는 4바라밀이 적힌 피안의 수행법이 담겨 있다.


십바라밀과 봉서루를 지나면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오른쪽이 염불원이 있다. 염불원에서는 부처의 진신 치아사리인 '석가세존 치아사리함'(5과)을 친견할 수 있다. 적멸보궁에서는 사리탑에 3과가 봉안되어 있다. 치아사리는 사연도 많다. 임란 때는 왜군에게 침탈당해 사명대사가 되찾아 왔다. 1986년에는 도둑을 맞아 총 12과 가운데 4과를 잃었다.

창밖,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가 소리쳤다 “넌 뭣고?”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


오던 길을 되돌아 능파교를 건너 건봉사 옛 절터였던 적멸보궁으로 간다.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오솔길. 연꽃 피는 두개의 연못 사이를 지나 팔상전 옛터를 밟는다. 1500년 역사를 간직한 고찰의 옛터는 수채화처럼 수더분하고 고즈넉하다.


지금은 주춧돌만이 옛 번창했던 시절을 증거하고 있지만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면 금강산 남쪽 너른 자락에 대가람을 이루었을 당시를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금강산 화암사-수바위 병풍삼아 차 한잔, 속세 번뇌 사라져
또 하나의 금강산 사찰이 있다. 건봉사에서 삼십리쯤 더 아래에 있는 화암사다. 설악산의 끝자락이자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첫 봉우리라는 신선봉 아래 숨듯이 들어서 있다.


현재 바다와 접한 동부전선 이남의 산릉은 뭉뚱그려 설악산으로 부르지만, 옛날엔 이 절이 위치한 곳까지 금강산 자락에 속했던 것 같다. '금강산 팔만구천 암자의 첫째 절'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하지만 위치로 보아선 금강산 막내절이란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창밖,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가 소리쳤다 “넌 뭣고?” 화암사

화암사의 빼어난 풍모는 아는 이들만 안다. 설악산이나 속초로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이곳 화암사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화암사는 속초쪽 미시령터널 부근에서 고작 4㎞쯤 떨어진 속초시 인근에 있지만, 행정구역으로는 고성군이다. 속초를 들른 사람은 화암사를 모르고 지나쳐간다. 그렇다고 고성을 찾은 이들이 화암사를 찾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런 빼어난 풍광을 갖고 있음에도 화암사는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 된 것이다.


화암사는 신라 때 진표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1200년의 내력을 헤아리는 곳이다. 한국전쟁때 폐허가 됐다가 불과 20년 전쯤 다시 세워졌다.


'金剛山 禾岩寺(금강산 화암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 절집으로 간다.
경내에 들면 절의 자리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험한 기세의 골산(骨山)인 설악산 비탈이 동해 쪽으로 펴지기 시작하는 곳, 멀리 동해바다의 둥근 수평선이 열려 있는 곳에 법당이 앉아 있다. 법당 입구, 돌로 된 무지개 다리 아래 졸졸 흐르는 개울은 신선계곡의 꼭대기다. 설악산의 최북단 봉우리 신선봉(1,212m)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여기서부터 삼십리를 소와 폭포를 이루며 흘러간다.

창밖,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가 소리쳤다 “넌 뭣고?” 화암사 경내에서 바라보면 동해바다가 보인다. 오른쪽 바위가 수바위다.

 화암사를 이야기하면서 빠지지 않는 것이 수바위다. 볏가리 모양 같다고 해서 처음엔 화암(禾岩)이라고 불렸다. 절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런데 이 '화'자가 거듭된 화재와 관련이 있다고 해서 뒤에 물 수(水)자로 바꿨다. 여하튼 그 모습이 무척 당당하다.


절 마당에 있는 찻집 란야원에서 문설주를 액자 삼아 바라보는 수바위 모습이 아름답다. 여기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송화밀수이다. 송화 가루에 꿀을 섞었는데 그 고소함이 일품이다.


향긋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수바위를 타고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 정취만으로도 화암사를 찾은 보람은 넘쳐난다.


고성(강원도)=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가면 서울양양고속도로(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홍천IC를 나온다. 46번 국도를 타고 인제읍을 지난다. 건봉사를 먼저 보려면 진부령길로 가는게 좋고 화암사는 미시령터널을 나와 요금소 지나면 좌측 대명리조트 방면으로 간다.(요금소에서 4km).

창밖,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가 소리쳤다 “넌 뭣고?” 건봉사,화암사 가는길

△볼거리=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고성을 찾는 사람들이 뜸하지만 금강산관광의 길목이다. 남쪽의 최북단인 통일전망대는 저멀리 북한의 해금강과 금강산을 조망할 수 있다. 또 남쪽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을 비롯해 거진항, 일출이 아름다운 청간정, 화진포, 송지호, 소똥령 등 빼어난 절경들이 많다. 왕곡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북방식 ㄱ자형 겹집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전통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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