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 중인 것으로 미국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잠수함을 이용해 바다 밑에서 미국 알래스카나 괌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북한의 대미 위협능력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6일(현지시간) 2명의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 잠수함에 장착된 미사일 발사관이 최근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목격돼 북한 김정은정권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6월 잠수함 망루에 올라 직접 해상훈련을 지휘하는 사진이 공개된 가운데 이 같은 정보가 포착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북한은 22척의 로미오급 등 약 7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여척은 남한에 특공대를 침투시키는 상어급 소형 잠수함이며 4척은 1940년대 건조한 위스키급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에 코멘트를 거부했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런 정보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이 잠수함이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에서 설계한 로미오급 디젤 잠수함을 변형한 것이나 북한이 1990년대 중반 러시아로부터 구입한 옛 소련제 골프급 잠수함을 복제하거나 변형한 모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외교안보 전문 온라인 매체 워싱턴프리비컨(WFB)은 또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옛 소련제 SS-N-6 SLBM을 은밀히 사들였다고 전했다.
이 SLBM의 사거리는 1500~2500 마일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우려하는 육상기반 중거리미사일(IRBM)인 무수단 미사일이 바로 이 미사일 기술에 기반해 개발됐다고 WFB는 설명했다.
북한이 이 같은 잠수함을 개발한다면 러시아 사할린 섬 근처의 영해에서 미국 알래스카주의 앵커리지를 향해 공격할 수 있으며 서해에서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세계적 권위의 군사연감인 '제인 함정 연감(Jane's Fighting Ships)'은 1994년 5월호에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골프급과 로미오급을 포함해 40개의 퇴역 잠수함을 사들였다"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릭 피셔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사들인 골프급 잠수함 중 하나에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하나 이상의 발사관이 장착돼 있던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북한은 지난 20년간 역설계를 통해 골프급 잠수함을 개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개량된 잠수함은 잠재적으로 두 개의 무수단급 미사일을 운반하거나 더 많은 숫자의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운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잠수함 개발 기술이 중국에서 왔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중국은 'TYPE-O31'으로 불리는 골프급 잠수함을 개발했으며 지난해까지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시험용 발사대가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피셔는"중국이 북한의 초기 세대 전략무기 획득을 지원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골프급 잠수함 개조를 지원했을 확률이 훨씬 크다"면서 " 중국의 지원은 북한이 압력 선체와 미사일 발사관을 개조하고 잠수함에 현대식 지휘통제시스템을 장착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 해군연구소의 에릭 베르트하임 연구원은 "북한이 SLBM을 개발하고 디젤잠수함을 유도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해 넘어야 할 기술적 난관이 너무 많다"며 이 같은 정보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골프급 잠수함이 아니라면, SLBM 발사를 위해서는 다른 대형 잠수함이 필요한데 북한의 최근 잠수함 생산은 1000t 미만의 소형 잠수함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S-N-6 미사일은 길이 9.65m, 지름 1.5m,발사중량 14t의 대형 미사일로 수중 40~50m에 4노트의 속도로 항해할 때만 발사할 수 있다. 북한에 이 정도 대형 미사일을 운용할 잠수함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직 정보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골프급 잠수함을 개보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며 미사일용 위성 항법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그러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한국 언론보도를 인용해 중국이 최근 위성위치시스템인 북두(베이도우) 기술을 북한과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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