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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보다 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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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 서른셋 '엄마 검객' 남현희

"칼보다 발이죠" 여자 펜싱 남현희[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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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펜싱 여자 플뢰레의 남현희(33ㆍ성남시청)가 '엄마 검객'으로 아시아 정상을 노린다.

남현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플뢰레에 걸린 금메달 두 개를 목표로 삼았다. 전희숙(30ㆍ서울시청), 오하나(29ㆍ성남시청), 김미나(27ㆍ인천 중구청)와 함께 나가는 단체전과 두 명만 출전할 수 있는 개인전 출전 자격까지 얻었다. 개인전은 2013-2014 국제펜싱연맹(FIE) 랭킹 기준으로 상위 두 명을 선발했다. 남현희는 14위로 전희숙(8위)에 이어 국내 선수 가운데 순위가 두 번째로 높다.


남현희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다. 2000 시드니올림픽 남자 플뢰레 금메달리스트로 남현희를 지도한 김영호 로러스 펜싱클럽 감독(43)은 "한 가지 기술을 가르치면 여러 갈래로 동작을 응용하는 창의력이 있는 선수다. 강한 승부근성으로 약점인 체격조건을 보완하며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개인전 출전 자격까지 얻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현희는 아시안게임 전초전 성격으로 지난달 7일 수원에서 끝난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1년여 공백을 딛고 노력으로 얻은 성과다. 그는 지난해 4월 25일 딸을 낳았다. 2012 런던올림픽을 마치고 출산 준비를 위해 검을 내려놓은 그는 아이를 낳은 지 두 달 만에 훈련을 시작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서다. 짧은 회복 기간에도 지난해 9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2위로 통과했고, 그랑프리 대회와 월드컵 등 국제대회를 통해 기량을 끌어올렸다. 런던올림픽 때 3위까지 올랐던 세계랭킹도 차츰 회복하는 단계다.


"칼보다 발이죠" 여자 펜싱 남현희[사진=김현민 기자]


심재성 펜싱 대표팀 감독(48)은 "워낙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선수라 출산 이후 떨어진 스피드와 경기 운영 능력을 상쇄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팀이 강조하는 주 전략은 '발 펜싱'이다. 유럽에 비해 열세인 체격조건을 만회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쉴 새 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전략이다. 맏언니이자 엄마가 된 남현희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활동량이다. 주변의 조언을 얻기도 마땅치 않았다. 그는 "아이를 낳고 복귀해 몸을 만드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처음에는 러닝머신에서 10분을 뛰는 것도 어려웠다"고 했다. 최근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에 무리가 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도 오전과 오후 세 시간씩 진행하는 대표팀의 체력 훈련을 후배들과 똑같이 해낸다. 일주일에 두 번하는 필라테스를 통해 유연성을 높이고 코어운동(엉덩이, 복부, 허리 등 척추부근 근육을 집중 단련하는 운동)을 병행하며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있다. 이미 앞선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포함 금메달 다섯 개를 획득했지만 도전을 향한 의욕이 멈추지 않는다. 국내 펜싱의 첫 엄마 선수로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각오와 아직 이루지 못한 올림픽 우승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이른 복귀를 결정한 데는 소속팀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 그는 "임신 기간에도 계속 급여를 받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주변의 권유도 많았다"고 했다.


플뢰레는 펜싱 종목 가운데서도 좀 더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공격 범위가 머리와 팔을 제외한 몸통으로 제한되고, 찌르기 기술로만 득점해야 한다. 남현희의 금메달 도전을 위협할 상대는 중국이다. 세계랭킹 11위 리 훌린(25)을 비롯해 리우 용쉬(24ㆍ22위), 첸 빙빙(22ㆍ24위) 등이 경계대상이다. 경험에서는 남현희에 뒤지지만 체력과 신체조건을 감안하면 까다로운 상대들이다. 특히 첸 빙빙과는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에서 한 점차(12-13) 접전을 했다. 심 감독은 "남현희의 명성을 잘 아는 선수들은 섣부르게 다가서지 않지만 젊은 선수들은 그런 부분을 개의치 않는다. 막연한 자신감으로 달려들면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명진 여자 플뢰레 코치(46)는 "체력적으로는 어린 선수들과 상대하기 어렵다. 손 기술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 유효 공격을 많이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현희는 "예전에는 찌르는 데만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은 역으로 공격당하는 상황이 많아졌다"며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월하게 득점하기 위해 꾸준히 고민하면서 경기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모정(母情)'이 담긴 딸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연중 270일 이상을 선수촌에서 합숙하면서 엄마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남현희는 "당당하게 우승하고 나중에 딸이 자랑스러워하는 엄마로 인정받고 싶다"며 칼끝을 겨눴다.


"칼보다 발이죠" 여자 펜싱 남현희 프로필 및 주요 경력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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