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 운영에서 민원인 등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갑을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혁신 행동강령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박 시장은 26일 오전 11시 신청사 브리핑 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시정 운영 과정에서 공무원에 의해 발생하는 갑을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갑을관계 혁신대책'(이하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대책은 지난 6일 발표된 '서울시 공직자 혁신대책'의 후속판이다. 시는 부당한 갑의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윤리지침 부재·제도적 허점·의식개선 노력 부족 등으로 꼽고 ▲혁신 행동강령 제정 ▲제도 혁신 ▲소통강화 ▲행태 개선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이번 대책을 내놨다.
혁신대책에서는 먼저 공직사회의 소위 '갑질' 행태 청산을 위해 공무원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부분의 법령과 조례에서 공무원의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재량권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재량권 행사의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시는 근거 없는 내부방침·법령규정 절차 불이행을 방지하고, 빈도가 높은 사안의 경우 법령·조례 개정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시는 계약심사 원가 조정내역 공개, 부당한 특수조건 체크리스트를 신설해 발주부서의 부당한 행위를 원천 차단키로 했다. 또 건축 분야의 임의지침을 전수 조사 해 폐지하고, 위생 분야·원산지 등 개별적으로 시행되던 위생업소 지도점검도 통합해 영업주의 부담을 줄인다.
윤리의식 강화를 위해 '갑을관계 혁신 행동강령'도 마련된다. 행동강령에는 계약금액의 합리적 산정과 정당한 대가 지급 등 총 10개 윤리지침이 담길 예정이며, 9월16일 선포식 이후 중대한 위반사례가 발견되는 경우 징계대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갑을관계 청산을 위한 '소통'도 강화된다. 시는 공무원과 협력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갑을 거버넌스'를 10대 분야(재개발·재건축, 건축행정, 복지 등)별로 설치하고, 박원순 시장에게 직통으로 연결되는 '원순씨 핫라인'에도 '갑의 부당행위 신고센터'를 9월부터 개설한다. 또 '을의 항변대회'를 매월 개최해 을의 입장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수렴한다.
이밖에도 시는 ▲갑을 용어퇴출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관계 혁신에 기여한 공무원에게 인센티브 부여 등의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갑을 간의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관계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더불어 함께 사는 서울, 강자와 약자가 따로 없는 평등한 서울을 만들어나갈 수 없다"고 강조하고 "공직사회에 남아 있는 부당한 갑을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을 때까지 혁신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