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장녀 잃고 이웃에게 준 재산 피해 1억 여원 배상해야 할 처지... 전 직원들 온정 모은 4428만원 성금 피해직원에게 전달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직원 여러분의 온정이 필요합니다. 가슴 아픈 사연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여러분이 힘과 용기, 희망을 주십시오!”
노원구(구청장 김성환) 직원들이 들려주는 감동 스토리가 심금을 울리고 있다.
단란했던 가정에 뜻하지 않은 갑작스런 화재로 가족을 잃고 어려움에 처한 직원을 위해 1300여명의 직원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커다란 희망을 전달하기로 한 것.
지난 6월19일 새벽 3시 구의회사무국에 근무하던 황철해 팀장의 중계동 아파트에 갑작스런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 누전으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삽시간에 이불과 커튼에 붙더니 온 집안에 빠르게 퍼졌다. 시커먼 연기에 잠을 깬 황 팀장은 아내와 어머님, 그리고 큰 딸을 구하기 위해 화마(火魔)와 싸웠지만 가족을 구할 수는 없었고 집은 전체가 전소되고 말았다.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본인도 큰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가족들을 끝까지 보살폈으나 결국 사랑하는 어머님과 큰 딸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황 팀장은 그동안 몸이 불편하신 어머님을 효심으로 모셨고 어려운 살림에 넉넉하게 지원해 주지 못했음에도 큰 딸은 스스로 열심히 해 영국 유학을 국비 장학생으로 다녀 오기까지한 재원이었다.
시어머님을 모시고 화목한 가정을 알뜰하게 꾸려온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는 황 팀장은 딸과 시어머니를 구하진 못한 죄책감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내를 위로하며 치료받고 있다.
화재 이후 황 팀장의 집은 방치된 상태로 수리는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있고 살아있는 가족들은 인근 친척집에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황 팀장은 화재원인 제공자로 이웃주민 16세대의 병원치료비와 재산손실에 대한 피해보상금 1억 여원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노원구청과 노원구공무원노동조합은 내부 행정망에 ‘호소문’을 게시하고 7월25일부터 모금 운동을 시작해 보름만에 1300여명의 직원이 참여해 4428만원을 모금할 수 있었다.
구청과 공무원노조는 모금운동에 적극 동참해준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12일 황 팀장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의 성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황 팀장은 인근 친척집에 거주하면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현재 화재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모금 운동을 펼친 노원구공무원노조 이종수 위원장은 “생명은 우주만큼 소중하다란 교훈을 실천해 준 모든 직원 여러분이 같은 동료로서 매우 자랑스럽다. 황 팀장이 하루 속히 일상으로 돌아와 같이 일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황 팀장 화재사고를 계기로 아파트 화재에 대한 예방 및 대처법 등을 주민들에게 교육하도록 특별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구는 노원소방서와 MOU를 체결하고 이달말부터 지역내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며 아파트 화재예방 및 대피요령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노원구는 19만6443세대중 아파트가 15만8563세대로 80%를 차지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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