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1492년 8월3일 해 질 무렵. 콜럼버스는 인도로 갈 수 있는 새로운 바닷길을 찾기 위해 산타 마리아호에 몸을 실었다.
대서양쪽으로 뱃머리를 잡은 산타 마리아호는 출항한 지 70여일이 지난 후 육지에 도착했다. 콜럼버스는 새로 발견한 육지를 인도라고 믿었다.
하지만 콜럼버스가 발견한 육지는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대륙이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대륙의 초대 총독을 역임했다.
콜럼버스가 지도에도 없는 길을 찾아 나선 것은 바로 향신료. 15세기 유럽에선 향신료 열풍이 불었다. 향신료는 곧 '돈'이었고, 향신료를 얻을 수 있는 신세계가 필요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시작으로 유럽 각국은 17세기까지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마련, 막대한 경제적 부(富)를 누렸다. 그는 유럽이 300년간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인물이다.
콜럼버스라는 이름이 후세에까지 이어져 오는 것은 그가 지도에도 없는 길, 즉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갔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취임 후 처음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다.
그가 찾는 신세계는 내수진작이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호는 제일 먼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핵심 금융 규제를 풀었다.
망국병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마련한 부동산 관련 핵심규제에 손을 댔다. 지도에는 있지만 너무 위험해 과거 어떤 정부도, 어떤 경제 부총리도 가지 않았던 길이다. 그만큼 위험한 길이다.
또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유보금에 과세키로 했다. 기업활동으로 생긴 이익의 일부를 종업원 급여로 더 지급하라는 것이다. 증가된 가계소득은 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업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배당 역시 같은 발상이다.
과거 정부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 했다. 수출을 많이 하면 기업의 이익이 커져 경제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고 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환율 정책까지 폈다. 이는 한국경제의 대기업 의존도만 더욱 높였고, 또 빈부격차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최 부총리가 내놓은 경제정책, 즉 기업유보금 과세는 과거 어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는 길이다.
지도에도 없는 항해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같은 배를 탄 기업의 협조와 이해가 절대적이다. 소통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기업이 내수진작을 위한 재물이 되서는 안된다.
탐험가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인물이지만 정치가(총독) 콜럼버스는 폭군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콜럼버스의 항해로 유럽이 막대한 부를 누렸듯 최 부총리의 항해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성장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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