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김민진 차장
지난 2분기 대형마트 매출이 9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백화점업계 사정은 이보다 조금 낫지만 매출이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와 소비심리 침체를 이유로 들고 있다. 영업규제는 제도적인 측면이고 소비심리 침체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한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소비부진은 투자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고용시장의 악화를 불러온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는 이상 소비심리가 회복될 리 없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데 국내 투자가 늘리도 만무하다.
가장(家長) 10만명이 양질의 일자리를 잃어버리면 이는 최소한 30만명의 소비생활에 영향을 준다. 한 기업에서만 한꺼번에 6000명이 넘는 인력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나와 대부분이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이상 소비심리 회복은 요원하다.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정부의 경제팀은 수장이 바뀔 때마다 내수활성화를 반복해 강조한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 전부터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3일 당정협의회에서는 경제혁신을 위한 선결 과제로 규제혁신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시중에 돈을 많이 풀겠다고도 했다. 한국은행에 대한 은근한 금리인하 요구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성장은 투자와 소비활성화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주변의 제약요건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앞으로 집값이 올라가지 않으리라는 예측때문이다.
규제 합리화란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빚내기 쉽게 만들어 그 빚으로 집을 사는 사람을 늘리고, 집값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확신(?)을 보기 좋게 깨서 버블을 만들고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얘기도 된다(집값이 더 오르면 서민들이 집을 사기는 더 어려워지고 실질임금 상승분은 집값 상승분을 따라 가지 못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건 시장때문이지, 국내에 공장을 지을 수 없을 만큼 투자여건이 열악해서가 아니다. 백화점이나 명품관 한 두개 더 빨리 문 열게 하고, 대형마트를 365일, 24시간 영업하게 해준다고 내수가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다.
월급이 오르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주거가 안정돼야 돈 쓸 여유가 생긴다.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늘어야 돈 쓸 궁리도 한다. 보건이나 복지, 교육 예산을 늘려서 서민들의 생활과 노후에 안정감을 줘야 차도 바꾸고 주말마다 여행도 가고, 마트에 가서 장도 본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만큼이나 서민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재원은 소득분배 시스템을 개선해 마련해야 한다.
20조원이 넘는 돈을 4대강에 퍼붓는 식의 해법, 투자 촉진을 유도한답시고 퍼주는데만 열을 올리는 식의 해법은 너무 많이 봐 왔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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