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조슬기나 기자] 정부가 6일 발표한 2014 세법개정안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가계소득을 확대함으로써 소비확대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이른바 '최경환노믹스'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부가 자신 있게 내놓은 '3대 세제(근로소득증대, 배당소득증대, 기업소득환류)'는 소리만 요란할 뿐 가계소득 증대효과가 사실상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고소득자에게만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 '부자감세 2탄', '대선공약 후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세수효과도 소폭에 그치며 정책의 일관성 논란도 제기된다.
◆가계소득 늘어날까= 기업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 임금 증가, 배당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이미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재벌닷컴이 10대 재벌그룹의 91개 상장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당기소득 기준으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산출한 결과 과세 대상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며 삼성, LG, SK그룹의 제조 계열사 대다수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재계의 반발로 당초 정부 구상보다 투자인정범위, 과세대상 등이 후퇴한 탓이다.
3대 세제를 통한 서민, 중산층의 소득 증가여부는 미지수다. 기업의 이익이 대주주와 대기업 근로자들에게 흘러가고, 근로환경 개선이 시급한 중소 하도급 협력사 직원들과 비정규직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첫 과세시점이 2017년으로 다음 정부라는 점도 실현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억~200억원 구간과 200억원 초과 구간에서 법인세율을 각 1%포인트씩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한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정부가 내놓은 것보다 기업들의 부담을 더 늘린 방안이다.
◆부자증세? 부자감세?= 부자감세 논란도 뜨겁다. 정부가 제시한 고배당기업에 투자할 여력을 가진 서민 개인투자자가 많지 않은 만큼 결국 대주주와 고액자산가가 큰 폭의 감세혜택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고배당 주식에 대한 세율을 3년간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이다. 고배당기업의 소액주주 원천징수율을 기존 14%에서 9%로 낮췄다. 또한 대주주 등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의 세액공제를 뺀 소득세율은 현 31%에서 25%로 내렸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적용하면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0억여원,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100억여원의 세금을 깎아주게 된다"고 추산했다. 이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재벌 총수 소득을 100억원 올리려면 몇 조원에 해당하는 배당을 늘려야 하고, 나머지 경제에 몇 조원이 풀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사라진 대선공약= 이번 세법개정안에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민주화 공약과 부자감세 철회를 위한 이행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정부는 맞춤형 복지 마스터플랜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나, 재원확보 움직임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세수결손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세법개정안을 통한 세수효과(5680억원)는 크지 않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이 비과세ㆍ감면 조정으로 2조원 안팎의 증세효과를 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정책의 일관성 논란도 일고 있다. 비과세ㆍ감면을 대거 축소 폐지한 지 불과 1년 만에 반대노선을 택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기업투자를 독려한다는 명목으로 대부분 유지되면서 과세형평성 제고와 세수확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공약가계부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비과세ㆍ감면 축소로 더 걷으려 했던 세금은 2조7000억원이었지만 4000억원에 그친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공약가계부상 남은 것은 내년까지 충족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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