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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논문 공유했다 8년 선고받은 대학원생

시계아이콘01분 27초 소요

'짜깁기' '제자 논문 가로채기' 성행하는 우리나라는?

[아시아경제 정종오·윤나영 기자]21세기는 지식 사회이다. 그만큼 지식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관들 청문회를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논문 표절'이다. 노력도 하지 않고 남의 지식을 '짜깁기'해 버젓이 자신의 논문으로 둔갑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 제자 논문을 가로채는 파렴치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이는 단언컨대 범죄이다.


최근 논문을 둘러싸고 콜롬비아 한 대학원생의 이야기가 해외 과학 매체에 보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콜롬비아의 한 대학원생이 최근 다른 사람의 논문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8년형 선고를 받은 것이다.

[과학을 읽다]논문 공유했다 8년 선고받은 대학원생 ▲한 사람의 지적생산물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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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킨디오(Quindio)대학에서 야생보존관리 분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디에고 고메즈 호요스(26)는 논문을 온라인에서 공유했다는 이유로 논문 저자에게 지적재산권 침해로 고소당해 8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해외 매체 사이언스인사이더가 집중 보도했다.


이 대학원생은 콜롬비아 멸종위기 양서류인 카우카 독개구리(Cauca poison frog)의
개체 수를 연구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연구를 진행하던 중 관련 석사 논문 하나를 발견해 다른 연구자들이나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스크리브드(Scribd)에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스크리브드는 출판사와 저작권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편리하게 도서와 사진 등의 콘텐츠를 이용자가 자유롭게 업로드하고 합법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이트이다.

스크리브드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면서 디에고 고메즈 호요스는 해당 논문을 이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이미 논문의 저자는 이 학생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였다. 끝내 재판까지 이어졌고 이 학생은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버젓이 '짜집기'해 자신의 논문으로 둔갑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우리나라 장관급 인사들의 경우 처벌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남의 지적 생산물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분명 범죄 행위임에 틀림없다.


해당 대학원생이 8년형을 선고받자 지나친 처벌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적인 목적이 아니라 공적인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했음에도 처벌 수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다.


법률가 오스카 리자라조는 "고메즈가 (자신의 이익이나 혹은 특정 목적을 위해)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저작물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량이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누군가의 저작물을 올릴 때는 해당 저작물 생산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콜롬비아 파충류학자협회 의장인 비비안 파에즈는 이번 판결을 두고 "현재 콜롬비아의 저작권 관련법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적용된 법령 역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메즈에 대한 무료 변론에 나서고 있는 변호사 보테로 역시 "과학적 발전이나 진보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범죄자로 몰리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사람의 논문은 그 사람의 오랜 경험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고메즈의 경우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공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된 점은 정상 참작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단순히 논문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 8년형을 선고하는 콜롬비아의 관련 법률은 분명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다. 온갖 '짜깁기'와 '제자 논문 가로채기'까지 성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주소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정종오·윤나영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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