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기교파 투수 유희관(28·두산)과 힘을 앞세운 파이어볼러 양현종(26·KIA)의 선발 맞대결. 두 왼손 에이스끼리의 승부에서 유희관이 웃었다.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와의 홈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시즌 8승(7패)째를 따냈다. 투구수는 104개. 총 스물일곱 타자를 상대해 볼넷은 한 개를 내줬고, 삼진은 다섯 개를 잡았다. 지난 6월 27일 넥센과의 잠실구장 홈경기에서 7승째를 거둔 뒤 승수를 추가하기까지 39일이 걸렸다.
유희관은 되살아난 ‘느림의 미학’을 분명하게 인식시켰다.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의 ‘투 피치 투구’로 KIA 타선을 제압했다. 104개 공 가운데 직구를 서른일곱 개, 체인지업을 마흔다섯 개, 커브와 슬라이더를 각각 열네 개와 여덟 개씩 던졌다. 직구 최고구속은 134㎞에 불과했지만 특유의 제구력과 완급조절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5회에는 안치홍(24)과 김다원(29)에 각각 볼넷과 안타를 허용하고 차일목(33)에 희생번트를 내줘 1사 2, 3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우(35)에 초구 슬라이더를 던져 3루 땅볼을 유도, 홈에 파고든 안치홍을 아웃시키며 한숨을 돌렸다. 후속 김주찬(33)에게는 차례로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송일수 두산 감독(64)은 “유희관이 5회 실점위기에서 뛰어난 완급조절로 범타를 유도했다”고 했다.
유희관의 장점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공략하는 제구에 있다. 빼어난 제구를 앞세워 4월과 5월 출장한 열 경기에서 6승(1패)을 챙겼지만 6월과 7월에는 각각 다섯 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6.41, 다섯 경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38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제구에서의 예리함이 떨어지면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았고, 이는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다. 하지만 8월 첫 등판에서는 연속 안타 없이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되살아난 구위를 증명했다.
경기 뒤에는 “타자들이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내줘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며 “니퍼트와 (노)경은이형이 빠져 있는데 빨리 돌아와 팀의 4강 진출에 함께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올린 10승 가운데 8승이 선발승이었고 올해 8승째를 거뒀다. 내 몫을 다하는 데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유희관은 올 시즌 스물한 경기 8승 7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하게 됐다. 유희관의 호투 속 두산은 4연패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시즌 40승(47패) 고지에 오르며 5위 LG(42승 1무 49패)와 승차 없는 단독 6위를 지켰다. 4위 롯데(43승 1무 44패)와의 승차도 세 경기로 줄여 가을야구 경쟁에 불을 지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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