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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은 女가 하는데 유통은 온통 남자…"바늘구멍 뚫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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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프론티어]송영예 바늘이야기 대표, '한땀한땀' 성공스토리

뜨개질은 女가 하는데 유통은 온통 남자…"바늘구멍 뚫었죠" 회원들이 만든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송영예 바늘이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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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뜨개질하냐며 말렸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
젊은 층들이 좋아하더군요
생산·수출까지 사업 넓혔어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사진=윤동주 기자]"일반적으로 손뜨개질은 여성의 취미로 여겨집니다. 국내에서 손뜨개질을 취미로 영위하는 사람들의 99%가 여성이죠. 그런데 손뜨개질에 쓰이는 실이나 바늘, 원단, 부자재를 실제로 유통하는 사람들도 여성일까요?"

송영예 바늘이야기 대표는 인터뷰를 하러 찾아간 기자에게 도리어 이런 질문을 던졌다. 부드러운 미소의 첫인상과는 전혀 딴판인, 기업인으로서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느껴졌다. 그 질문의 답은 15년 전 본격적으로 손뜨개질 사업에 뛰어든 그녀를 한동안 괴롭혔던 것이기도 했다.


"사실 실과 바늘, 천 등을 유통하는 분 중에 여성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남성들이 유통업을 꽉 잡고 있어요. 실을 생산하는 분도, 수입하는 분도 거의 남성입니다. 반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나 실을 사서 손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은 100% 여성이에요. 그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여성들이 많이 쓰는 제품을 실제로 사들이고 유통하는 사람 중에는 왜 여성이 없을까, 고민했지요."

4일 마포구 대흥동의 이대역 입구에 위치한 바늘이야기 본사에서 송영예 대표를 만났다. 바늘이야기 대표 외에도 한국손뜨개협회 회장, 한국프랜차이즈 협회 부회장 등 다양한 직함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즘 새 손뜨개 책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대표가 자서전 외의 책을 쓰는 일은 흔치 않다. 사업에만 집중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대표가 쓴 책은 국내 손뜨개 시장을 이끄는 새 유행이 된다. 그가 시간을 쪼개 책 작업에 매진하는 이유다. 송 대표는 "바늘이야기가 국내의 손뜨개질 트렌드를 이끌고 가는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최대한 최신 정보를 많이 접하고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유행을 이끌어야 한다"며 "요즘 트렌드는 뚜렷하게 '이것이다'라고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옷 대신에 소품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책쓰기는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그를 사업의 길로 인도한 계기였다. PC통신 시절 취미로 즐기던 손뜨개 정보를 게시판에 올리다 폭발적 반응을 얻어 잡지에 연재하게 됐고, 이어 책까지 쓰게 됐다. 송 대표는 "심심풀이삼아 손뜨개 정보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게시판에서 열람하는 횟수가 높았다"며 "독자들을 잘 살펴보니 나이든 분들보다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나 주부들이 많은 것을 보고 '사업이 되겠구나'하는 감이 왔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의 손뜨개 책은 일본 등 외국 저자가 쓴 책을 번역한 것이 전부였다. 국내 저자가 직접 한국 실정에 맞게 쓴 손뜨개 책은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샀고, 결국 송 대표는 직접 뜨개질 정보와 관련 재료를 판매하는 쇼핑몰을 열게 됐다. 하지만 처음 쇼핑몰을 열고자 했을 때는 반대가 적지 않았다. 손뜨개를 취미가 아닌 사업으로 한다는 것은 그때만 해도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 송 대표는 "친정어머니마저도 '요즘에 손뜨개질 하는 사람 없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이나 잘 해라'고 하더라"며 "하지만 제가 본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본 가능성은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하면서 늘어난 경제적ㆍ시간적 여유였다. 송 대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바쁜 어머니들은 아이들과 남편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되고, 정성이 담긴 무언가를 선물해주고 싶어하게 된다"며 "결국 해줄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면 가장 손쉽게 손댈 수 있는 것이 손뜨개질"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의 어머니 세대에는 손뜨개란 '가난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돈을 주고 옷을 사기보다는 집에서 싸게 만들어서 입을 수 있는 손뜨개질 옷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손뜨개란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니다. 주변에서 말릴수록 오히려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나만의 것'을 갖기 원하는 젊은 층들에게 잘 먹힐 것이라는 확신만 더해져갔다.


그렇게 뛰어든 손뜨개 시장에서 그는 새로운 '벽'에 직면했다. 그가 지금까지 써 오던 실과 부자재들을 유통하는 이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사실이었다. 여성보다 손뜨개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안목이 떨어지는 남성들이 유통ㆍ수입 과정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송 대표가 원하는 색상의 실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송 대표는 "내가 원하는 오렌지 색상의 실을 시장에서 아무리 찾아도 살 수 없었다"며 "오렌지에도 진한 오렌지가 있는 반면에 레몬색이 섞인 옅은 오렌지 색상이 있는 등 종류가 다양한데, 국내 수입업자들은 잘 팔리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제품에만 주력하다 보니 그런 다양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00년대 초부터 직접 해외 브랜드와 접선하며 유통사업에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시장에 거의 유통되지 않았던 독특한 색상과 질감의 실들을 들여와 쇼핑몰에서 판매했다. 기존 유통업자들은 흰눈을 뜨고 흘겨봤다. "이런 색상이 잘 팔리겠느냐" "이상한 것을 들여와서 팔려고 한다"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측이 무색하게 송 대표가 들여온 색의 실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제 송 대표는 유통을 넘어 생산과 수출에도 손을 댔다. 국내 업체에 의뢰해 굵게 뽑아낸 겨울용 실 2종은 빠르면 내달부터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부 제품은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도 진출했으며, 해외 고객도 바늘이야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손뜨개 시장은 연 300억원 규모다.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규모지만, 동시에 대기업이 손을 뻗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탄탄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구조다. 전국 손뜨개 관련 매장은 1000여개,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는 2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 시장에서 송 대표는 점유율 10%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 1호' 들이 금남의 영역에 진출해 화제를 모은 것과 달리, 그는 여성들의 전유물이면서도 사업화되지 않았던 손뜨개질을 사업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1호 인물이다. 그가 선택한 길은 손뜨개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유행을 선도한다.


송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취미 활동을 적극적으로 산업의 영역으로 발전시키는 데 힘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뜨개 뿐 아니라 비즈ㆍ펠트 등 눈을 돌리면 얼마든지 아이템은 넘쳐난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안타까운 것은 손뜨개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후 15년이 지났는데도 제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저 같은 사람이 한 명만 더 나온다면 경쟁해서 더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2, 제3의 바늘이야기가 등장하면 손뜨개질 시장도 더 확대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같이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그는 충고한다. 그 역시 혼자 PC통신에 글을 올릴 때보다 바늘이야기 가맹점 점주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한다. 송 대표는 "여성들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사업은 어디까지나 다른 이들과 같이 하는 것"이라며 "혼자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모두 같이 잘 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예 대표는
1998년 바늘이야기 대표
2003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선정 '이달의 CEO' 수상
2005 여성경제인의 날 중소기업청장상 수상
2006년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이사
2006년 사단법인 한국손뜨개협회 1대 회장
2009년 아리수 명예 홍보대사
2013 서울특별시장상 모범여성기업인부문 수상
2014년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사진=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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