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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프론티어]소통은 포르테(강하게)…마음은 안단테(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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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여성지휘자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예술단장

[W프론티어]소통은 포르테(강하게)…마음은 안단테(천천히) ▲경기필하모닉 성시연 단장. 성 단장은 "가능성과 도전이 없다면 인생은 허무한 장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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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포르테(forte). 음을 '크게' '세게'를 뜻하는 악상기호다. 그녀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106명의 단원들 모두의 '포르테'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휘자는 그렇다. 전체 악기에서 내뿜는 소리는 물론 단원들의 숨소리조차 놓쳐서는 안 된다.

성시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하모닉) 예술단장(38). 전 세계를 통틀어 현역으로 뛰고 있는 몇 안 되는 여성 지휘자 중 한 명이다. 국내 국립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는 '1호 여성'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지휘자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성 단장은 '권위주의' '상하의식'은 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나는 상관이니까, 명령하는 입장이니까 하는 권위주의와 상하의식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케스트라 분야에서 이런 권위주의는 앞으로 내닫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음악은 같이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의 소리를 듣는다"=성 단장은 "명령하면서 마음을 닫아버린다면 기계적 결과물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영혼의 교류가 가능할 때 관람객들에게 다가가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성 단장에 던져진 하나의 도전이다. '여자가 뭘? 여자니까 얕아 보일 것 같은데?'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녀는 '하나의 소리'를 만들기 위한 가능성에 뛰어들었다. 성 단장은 "단원이 106명이니까 106마디의 포르테가 있는데 그중에는 남성도 있고 여성도 존재한다"며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아니라 106개의 포르테를 모두 듣고 이를 하나의 소리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의 소리가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의 소리를 반으로 줄이고 남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 소리만 강조하다보면 '하나'가 되지 못한다. 남의 소리를 듣고 그곳에 자신의 소리를 맞추다 보면 어느새 소리가 달려져 있음을 깨닫는다. 성악가와 협연을 할 때 오케스트라는 성악가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돼야 한다. 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 그것이 오케스트라의 최대 숙제이며 그곳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없다."


성 단장이 경기필하모닉에 가능성을 걸고 있는 것은 또 하나 있다. '젊음'이다. "우린 젊다. 경기필하모닉 단원들 평균 연령은 28세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지난 3월27일 데뷔 연주회를 가졌다. 말러의 '부활'을 선택했다. 말러의 곡은 난해하기로 유명한 곡이다. 1시간2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곡이다. 오는 26일 예술의전당에서 두 번째 연주회를 갖는다.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4번 교향곡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와 벨라 바르톡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첫 데뷔 연주 테마로 말러의 '부활'을 올린 것은 가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함이었다. 우리 인생은 모두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가능성이 없다면 도전도 없다. 말러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두 번째 연주회에서는 확인된 가능성을 더욱 확대해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성 단장은 늘 그렇다. '가능성과 도전'에 인생의 방점을 찍고 있다.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은 분명 부담이다. 그렇다고 기죽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가능성에 꿈을 실었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가능성과 도전이 없는' 인생은 허무한 장르에 불과하다.


"오케스트라에서도 여성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관악기는 그동안 여성의 금단영역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팀파니 등도 여성이 연주한다. 플롯, 오보에, 클라리넷 등 부드러운 악기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힘찬 가능성이 큰 도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호'라는 타이틀의 부담감에 대해 성 단장은 "스스로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주변에서 여성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조직을 이끌어 가는데 여성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오히려 부담"이라고 털어놓았다. 한 마디로 여성이기 때문에 오는 압박감이 아니라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오는 부담이다.


"언제나 판타지를 그린다. 판타지를 하나하나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 즐겁다. 물론 그 과정은 무척 어렵고 힘들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림을 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 하나를 들고 맞는 자리에 집어넣었을 때 한 단계 상승한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희열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과 싸우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이겨내는 도전이 중요하다."


최근 몇년 어려운 시기를 겪은 성 단장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음악에 대한 꿈은 여전히 크고 가야할 길은 먼데 최근 그런 길에 회의감이 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꿈을 버린 것은 절대 아닌데 갑자기 밀려드는 회의감에 자신 스스로 당혹스러웠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단계마저 뛰어넘어 또 다른 그림 퍼즐을 찾고 있노라 했다.


◆"작은 일에도 최선, 정성 다한다"=단장으로서 욕심이 없을 수 없다. 성 단장은 "전 세계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는 지금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오케스트라 모델을 정착시키는 게 하나의 욕심이고 많은 부분을 이곳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를린필, 비엔나필 등 좋은 오케스트라가 많은데 그 이유는 '그들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300년 되는 긴 역사 속에서 '그들의 문화'가 관객들을 소리의 향기로움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경기필하모닉의 역사는 이제 20년 정도 된다. 갈 길이 멀다. 성 단장은 단원들에게 또 하나의 주문을 했다. '투철한 프로의식'이다. 그녀는 "좋은 오케스트라는 프로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며 "프로의식이 있을 때 관람객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소리를 내고 이 모든 것이 결합돼 좋은 판타지를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북유럽 등으로 출국해 객원 연주회를 갖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게스트 지휘자로 나서 그곳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다. 다양한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고서야 '나만의 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어머니는 성악가가 되기를 원했다. 손이 작아 피아노보다는 지휘를, 자신이 판단하기에 성악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아 지휘로 방향을 틀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녔고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스위스로 음악공부를 위해 떠났다.


그녀는 최근 한 사람에 주목하고 있다. 지휘 계에서는 머리 희끗희끗한 나이 많은 남성들은 많다. 반면 여성 지휘자들은 50대를 넘기면 현역을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일하게 마린 알솝(58)이 아직 지휘봉을 잡고 있다. 마린 알솝은 미국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성 단장은 "나이가 들더라도 여성 지휘자가 현역에서 활동하는 롤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실력이나 음악성보다는 여성의 외모에 더 많은 방점을 주는 불합리한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그것을 극복하는 가능성이 또 하나 열렸고 나는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에도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근 자신이 본 '역린'이란 영화의 한 대사를 옮겨왔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성 단장은 이 말을 옮기며 "작은 일에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내 가능성이자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성시연 단장은=
▲1994년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취리히 음대 피아노과 입학
▲2002년 베를린 국립음대 졸업
▲2006~2007년 스톡홀름 로얄 콘서바토리 최고연주자 과정
▲2008년 한스 아이슬러 최고연주자 과정 졸업
▲2007~2010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2009~2013년 서울시립 교향악단 부지휘자
▲2014~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단장

[W프론티어]소통은 포르테(강하게)…마음은 안단테(천천히) ▲성 단장은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데 여성과 남성의 구분은 없다"고 말했다.[사진=최우창 기자]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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