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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9층 구석에 꼭꼭 숨은 '백화점 中企숍'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6초

[르포]9층 구석에 꼭꼭 숨은 '백화점 中企숍' 지난 3일 롯데백화점 중기상생매장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한 손님을 두 명의 점원이 응대하는가 하면, 오른쪽 점원들은 손님이 없어 잡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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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중기중앙회 상생 위해 만든 '드림플라자' 왜 썰렁한가 했더니…
"제품 싸고 좋은데 매장 찾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제품은 싸고 좋네요. 그런데 위치가 영…."

태풍 나크리의 잔재가 비를 뿌린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9층에는 극과 극의 분위기가 상존했다. 9층 절반을 차지한 면세점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반면 유리문 하나를 두고 면세점과 마주보고 있는 할인기획 코너는 휴가 절정기여서인지 다소 썰렁한 분위기 속에 몇몇 국내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가장 썰렁한 매장은 따로 있었다. 할인기획 매장 가장 구석진 곳에 마련된 '드림플라자' 였다. 이 매장은 지난달 29일 롯데백화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손잡고 상생의 의미로 마련했다. 백화점 입점 기회가 좀처럼 없는 중소기업들에게 판로를 열어준다는 의미에서였다. 중소기업 브랜드를 붙인 가방, 시계, 전통 장식품, 허브건강용품, 뷰티케어용품, 화장품 등이 당당하게 백화점에 입점 기회를 얻었다.

개설 취지와 달리 매장을 찾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고객들은 지나가다 가끔 제품에 눈길을 주거나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는데 다시 제 갈 길을 가기 바빴다. 손님보다 종업원 수가 더 많아 10여명에 가까운 종업원 중 절반 이상은 일 없이 서 있기만 했다. 일부 종업원들은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서인지 수다를 떨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중국 고객을 노리고 마련한 보이런던 시계 코너도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보이런던 판매 담당 종업원은 "중국에서 보이런던 시계의 인기가 높아 진열해뒀지만, 정작 기대하던 중국인 고객들의 구매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국내 고객들이 일부 구매해 갔다"고 말했다.


매장에서는 집객이 부진한 요인을 국내 고객들이 대부분 휴가철을 맞은 것에서 찾았다. 드림플라자 점장은 "이번 주말이 휴가철 피크라 백화점 고객들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며 "많지는 않지만 고객들이 꾸준히 드림플라자 매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매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휴가 때문이 아니라 접근이 힘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제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9층 구석에 위치한 매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롯데백화점이 드림플라자를 홍보하기 위해 지하철과 맞닿은 백화점 지하 1층 입구부터 입간판을 세우고 매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벽면의 모니터에도 드림플라자 개설 소식을 띄웠지만 그뿐이었다.


각각의 제품은 저렴하고 좋지만, 다양한 제품군을 한 데 모아 놓으니 중구난방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매장을 찾아 로얄뷰티케어의 붙이는 손톱을 구매한 박현아(서울ㆍ31세)씨는 "저렴한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백화점 안에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도 "손톱 제품은 저렴하고 좋아 써보고 좋으면 재구매할 생각이지만, 자개로 만든 장식품 등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도 있어 매장을 다시 찾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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