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준 기자]원더걸스 예은이 최근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보통 솔로 활동이 아니다. 예은은 미니 앨범 'Me?'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했다. 핫펠트(HA:TFELT)라는 이름도 새로 만들었다. 그를 그냥 걸그룹 멤버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는 파격적인 행보다.
"원더걸스의 음악과는 많이 달라요. 그런 스타일을 기대한 분들은 실망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핫펠트라는 필명을 사용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개성을 추구함과 동시에 원더걸스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였죠."
이번 앨범은 예은에게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그는 작곡가 이우민과 함께 전곡을 공동으로 만든 것은 물론이고 제작 전반의 과정에 참여했다. 이번 솔로 앨범은 예은에게 진정한 가수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앨범의 거의 모든 부분이 제 의견에서 비롯됐어요. 그 과정에서 박진영 피디님과도 의견 대립이 심했죠.(웃음) 결과적으로 성적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었습니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쫒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죠. 순차적인 발전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Ain't Nobody'다.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다른 이에게 자연스레 눈을 돌리고 이내 후회하기도 하는 바보 같은 행동들. 타이틀곡 속에는 바로 그런 솔직한 우리네 사랑의 모습들이 담겨졌다.
"장르는 록발라드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실험적인 요소들도 많죠. 주변인들은 '대중적이지 않다'며 강한 우려를 내비쳤어요. 특히 박진영 피디님은 처음에 제게 비욘세 같은 모습을 기대한 것 같은데, 이를 설득하기 위해 장문의 편지를 쓰기도 했어요."
퍼포먼스 부분도 빠질 수 없다. 놀랍게도 예은이 차용한 것은 현대무용이다. 그는 "적당한 퓨전스타일이 아닌 오리지널 현대무용"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예은은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그런 결심을 한 것일까.
"강렬한 감정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법을 고민했죠. 사랑싸움에서 피어나는 다이내믹한 분노가 키워드거든요. 지인이 현대무용을 추천해줬죠.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직접 추려고 했는데 역시 박진영 피디님의 반대에 부딪혔죠. 결국 제가 이겼지만.(웃음)"
이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과한 모험과도 같은 도전이다. 끝까지 추진하는 데 가장 필요했던 건 용기였을 터.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강인한 마음을 갖게 됐느냐"는 질문이 예은에게 던져졌다. 특별한 계기의 존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에서 보낸 시간들 덕분 아닐까요. 그게 없었다면 이번 솔로 준비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제가 느낀 뉴욕은 자유의 도시로 그 어떤 개성도 용납되는 곳이었죠. 그래서 믿음을 얻었어요. 나를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말이죠."
원더걸스 멤버들도 예은의 노력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이들은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살려 이번 앨범 제작 곳곳에 참여했다. 그 말을 꺼내는 예은의 어감에서 깊은 동료애가 전달됐다.
"정말 고마워요. 혜림인 피처링에 도움을 줬고 선미는 직접 포토그래퍼를 추천해줬죠. 유빈언니는 앨범 홍보를 위한 다큐멘터리를 직접 촬영까지 하면서 제작했어요. 진정으로 제 든든한 응원군입니다. 사실 거의 가족이죠."
예은이 계속 강조한 건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단순 사실인데 요즘 더 체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양분될 수 있지만 예은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한 번 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장용준 기자 zelr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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