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괴짜 4인, 미래시장을 들여다보다-그들의 가상채팅
"내 몸에 스마트…어디 붙을지 상상해보라고"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혁신은 미친 듯한 열정에서, 미친 것 같은 아이디어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위기라는데 그럼 그 다음은 뭘까'라는 난해한 물음에 대한 해답도 바로 저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혁신과 열정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열쇳말'이다. 정보기술(IT) 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몸담고 있는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공학도 등 '괴짜 4인'과 난상토론을 가진 것도, 그 자유롭고 재기발랄함 속에서 기로에 선 K폰의 재도약에 필요한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도에서다.
◆"보석반지 봤냐? 웃긴데 얘기 돼" "'이어러블' '금식·오작교 웨어러블'은 어떨까"
▲후소(아시아경제 산업2부장)= 이것 봐.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전화, 이메일, 문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반의 스마트 반지'가 가을에 나온대. 모양이 우리 어릴 때 손가락에 끼고 먹던 보석반지 닮았어.
▲제리= 반지에 진동모터랑 발광다이오드(LED)를 넣어서 진동패턴하고 불빛 색깔로 전화 왔다, 문자 왔다, 페이스북 새 글 올라왔다, 이런 걸 알려준단 거네. 20만원대라는대. 아직은 시장을 잡겠다, 이런 것보다는 상품성을 시험하는 수준으로 툭 던져보는 거지.
▲제이.리= 시도는 좋은 것 같아. 얼마 전에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핑거리더라고 반지에 내장된 카메라가 글자를 인식해 읽어주는 스마트 반지를 공개했는데, 난 그거 보고 느끼는 게 많았어. 착용 가능한(웨어러블) 게 별건가 싶더라. 이건 단순히 반지와 비슷한 웨어러블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잖아. 아이디어 자체는 상당히 단순한 제품인데 실제로 가능성은 충분할 거라고 봐. 저것처럼 단순한 아이디어가 좋은 상품성을 갖추면 굉장한 제품이 되지 않을까.
▲비비안= 맞아. 웨어러블은 복잡하게 독자 기기로 가면 안 돼. 사물인터넷(IoT)이 별 게 아니잖아. 소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용이 중요한 시대니까. 음악도 내가 폰에 음악을 많이 저장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들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영화도 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 말고 어디서나 보는 게 중요하고. 모든 개념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흐르는 거야. 완전히 내 것으로 하려면 비용 면에서도 그렇고 부담이 되니까. 웨어러블도 사용하고 싶을 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기능만 해주면 되지.
▲제리= 보석반지도 그렇고 팔찌도 사실 패션 아이템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디자인까지 완벽하게 고려하면 가격이 어마어마해지겠지. 그래서 딱 단순하게 필요한 기능만 담는 그런 웨어러블이 히트 칠 것 같아. 센서 하나만 달면 되거든. 예를 들어 '이어러블' 이런 거. 이어폰으로 심박 측정하는 건 시중에도 있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가격대로 만들어서 심박, 체온 측정하고 음악 듣고 운동할 때 딱이잖아.
▲비비안= 응. 현대인들의 영원한 숙제 다이어트도 웨어러블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칼로리 계산해주는 정도는 눈앞의 식욕을 어찌 할 수 없으니까 신발에 탈착식으로 센서 달아서 몸무게 재고 반지든 팔찌든 눈앞의 음식을 인식해 칼로리 경고를 색깔별로 해주는 거야. "니 몸무게 지금 보이니? 이거 먹으면 너 몇㎏." 이렇게 딱 잔인하게. 그래야 안 먹지. 칼로리 써 넣기 전에 이미 음식은 입안에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
▲후소= 이런 건 어때. '오작교 웨어러블.' 소개팅은 성공확률이 낮은데 소개팅 생각이 있으면 각자가 미리 내 취미, 특기, 성향, 이상형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넣어두는 거야. 공개여부는 뭐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래서 일정 반경 안에 있는 내 이상형을 그 웨어러블이 감지하면 단계별로 몇 % 매치되는 이상형이 나타났다는 신호를 주는 거지. 눈 마주치면 웃기겠다.
◆"스마트시계? 이대로는 안될듯. '킬러서비스' 하나면 돼…피곤하게 하지 맙시다"
▲후소= 헨리 조지가 이렇게 말했지. 독수리도 닭을 먹고 사람도 닭을 먹는다. 하지만 독수리가 많아지면 닭이 줄어들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닭도 늘어난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경계할 것도 갈택이어(竭澤而漁·연못의 물을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먼 장래를 생각하지 못한다는 가르침)이야.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계속 만들어내야 하는 것 말이야.
▲루이스=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힌 건 사실이야. 제조사들도 이미 2~3년 전부터 알고 있었을걸. 난 스마트TV가 스마트폰 위기감에서 시작됐다고 보는데 결국 히트를 치지 못한 거지. 왜냐면 일단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아이템이었어. 이게 사용자 니즈(욕구)에서 출발한 게 아니고 제조사 니즈에 따라서 나온 거잖아. 기업의 니즈나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아이템이 모두 히트를 못 친 건 아니지만, 그게 히트를 치려면 소위 얘기하는 '킬러서비스'가 있어야 해. 예를 들면 지금의 네이버를 있게 한 네이버 지식인 같은 거. 킬러서비스가 있어야 하는데 스마트TV에서는 물론 이것저것 기능을 다 갖다 붙이긴 했지만 결국 일반적으로 보기엔 스마트폰의 기능을 옮겨놓은 정도잖아. TV에서 유튜브도 된다, 이거 아냐?
▲제리= 지금의 스마트시계엔 킬러서비스가 없긴 하지.
▲루이스= 그래서 지금 같아서는 스마트시계의 미래도 없다고 봐. 간신히 찾아낸 게 심장박동 측정 같은 기능이야. 헬스케어 쪽으로 연결시키려고. 근데 이거 쓰려고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시계를 산다? 글쎄.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시장이 되긴 무리가 있는 거지. 메신저 시장을 1, 2, 3세대로 구분하면 1세대는 싸이월드 같은 거. 올려놓고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2세대는 트위터 같은 타임라인. 보여주면서 굴러가는 거. 올해부터 3세대 SNS 얘기가 나오고 있어. 3세대는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거야. 너무 심하게 얽힌 관계로부터 끊어지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야. 사람들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거지.
▲비비안= 피로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SNS 진짜 피곤해. 웨어러블 기기도 지금 나와 있는 것들 보면 24시간 뭘 계속 알려주고 요구해. 탈테크놀로지를 추구하는, 기술 압박으로부터 좀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도 분명히 있어. 너무 스마트, 스마트 하다 보니 피곤한 거지. 사람들이.
▲제이.리= 그래서 웨어러블로 간다고 하면 어떤 분야에 집중한 웨어러블로 가야 할 것 같아. 상황에 집중한 거. 예를 들어서 오큘러스 헤드셋처럼 웨어러블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체험 게임을 한다든지. 4D 영화를 본다든지. '선택 가능한 스마트'가 필요하다고 봐. 스마트폰은 24시간 나를 따라다니면서 피곤하게 하는 부분이 있잖아. 그렇다고 삶에서 아주 배제할 수도 없고.
▲루이스= IoT도 그렇잖아. 온갖 제조사들이 스마트홈 시장 개척한다고 난리인데. 사람들이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어. 이것도 역시 '스마트 피로도'가 문제야. 집에 가면 뭘 계속 시키는 게 좋을까? 난 집에 가면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데. 지금 나와 있는 스마트폰의 무수한 기능들도 신기해서 한 번 쓰고 마는 게 많잖아.
▲제리= 커넥티드 카 같은 건 괜찮을 듯. 아무래도 차량 운전할 때만 돌아가니. 부가적인 서비스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잖아. 물론 예전에 나오긴 했지만 고속도로의 하이패스도 넓게 보면 IoT 개념이잖아.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안 해도 지나가기만 하면 찍히는 거니까. 근데 이걸 보고 피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 편하니까. 특정 시간에만 쓰는 거고.
▲루이스= 네트워킹 관련 IoT쪽에서는 '비콘'이 큰 역할을 할 거라고 봐. 이게 '차세대 블루투스'로 적용되는 반경은 보다 넓고 오차는 적으니까. 반경 50m 안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통신이 가능해서, 예를 들어 야구장 가서 자리 찾으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야구장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내 자리가 어딘지 알려주는 거지. 이런 건 누구나 사용하는 정도가 되면 실생활이 진짜 편해질 거야. 쇼핑할 때도 건물 동선 잡기 좋게 내부 길을 알려준다든지. 나올 때 알아서 계산이 된다든지. 그런 식으로 특정 쇼핑이라는 경험, 관람이라는 경험. 이런 쪽에서 과하지 않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IoT를 이용하면 좋을 거라고 봐. 결국은 적절해야 된다는 거지.
▲제이.리= 기존에 있던 헬스케어는 아무래도 의료 전문가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들에서 이젠 웨어러블 기기들이랑 접목되면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 기존에 사용자들이 친근하게 사용하지만 전혀 다른 아이디어를 접목한 상품들이 많이 나올 것 같거든.
◆"모바일이 은행 잡아먹는다?…결국 보안싸움이야"
▲후소=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우리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아이템이지.
▲비비안= 난 모바일 시장 변화로 IT업계뿐만 아니라 금융산업까지 산업 전반이 재편될 것 같아. 지금 여기저기서 모바일 월렛 만들고 있잖아. 어떻게 보면 오프라인 뱅킹을 모바일 쪽으로 옮겨놓는다는 거거든. 그러면 금융시장의 새로운 형태가 나타날 거고. 비트코인만 봐도 기존에는 오프라인상의 만져지는 화폐가 돈이었는데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잖아. 델도 비트코인으로 컴퓨터를 살 수 있다고 발표를 내놨어. 점점 화폐나 금융시장 자체도 모바일의 세계로 끌어올 것 같아. 카카오도 이제 곧 소액송금이 가능하다고 하잖아. 이 안에서 내로뱅킹이 된다는 거지. 흐름이 이렇게 가면서 모바일상에서 인식하고 보안, 이런 게 뜰 것 같아. 모든 정보가 들어가니까.
▲제리= 기존 지문인식은 아직 허점이 많잖아. 홍채인식도 곧 상용화된다고 하니까. 모바일상에서 이런 새로운 산업이 열린다는 걸 감안해서 이런 쪽으로도 눈을 돌려야겠네. 보안이나 이런 쪽으로 인식을 해야 되면 자체적으로 발전을 시키거나 관련업계랑 협업을 하거나 해서 미리미리 신경을 써야 되겠지. 삼성의 '녹스' 이런 게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려나. 아무튼 정교해야지. 그냥 "우리 보안한다" 말고.
▲비비안= 중국 알리페이든 국내 카카오든 기존에 상거래가 이뤄질 때 진짜 돈이 왔다 갔다 하면 위험하니까 업체들이 이 돈을 예치한 상태에서 사이버캐시로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거래가 이뤄진 후 상품을 수령했다고 확인하면 대금이 결제되니까 대금 지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돈을 묶어서 이자놀이를 할 수 있는 거야. 은행들이 위협을 느낄 만한 수준이 된 거지. 제조사들도 이런 환경을 인지한 상태에서 보안 등 산업 개발하는 데 참여하고 폰만 잡고 늘어질 게 아니고. 제조사는 보안업체랑 협업해야지.
◆"바보야, 문제는 '생태계'야"
▲후소= TV를 보면 제조사별로 화질 경쟁을 하다가 기술력 차이가 줄어드니 3D 안경을 쓰는 걸로 가보고 다시 휘는 TV로 전선이 바뀌고 있어. 아직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지. 스마트폰도 하드웨어 경쟁은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으면서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야.
▲제리=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한계가 왔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면서 하드웨어만 붙잡고 고민하는 것은 소모적이야. 하드웨어만으로는 장기적인 성공을 맛보기가 어렵지. 시장은 계속 변하니까. 소비자들은 금방 싫증을 내니까. 반면 (애플이나 구글처럼)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 뭘 얹느냐를 고민하면서 이 세상을 하나의 우주로 만들 수 있어.
▲후소= 모바일 운영체제(OS)는 사실상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장악하고 있지만, OS가 없는 것이 결정적인 장애라고 볼 수는 없지.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만들어서 오픈했지만 오픈소스잖아. 게다가 삼성, LG 등의 국내 기업들은 가전을 하고 있으니 사물기기 시대에 이를 적극 이용할 필요도 있고.
▲제리= 구글이 하고 있는 걸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 것부터 잠들고, 잠든 후까지 관여하게 되는 그림이야. 네트워크 통신을 연결하면 그림 딱 생기는 거지. 애플도 iOS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음원을 판매하는 아이튠스가 플랫폼이었어. 아이튠스 음원 팔려고 아이팟 만들었고, 아이폰도 처음에는 전화되는 아이팟 느낌이었고. 결국은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거지.
▲비비안=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OS가 굉장히 단순해졌어. 마찬가지로 사물기기 시대의 OS는 지금보다 훨씬 작고 가볍겠지. 현존하는 OS의 진화 버전이 나올지, 전혀 새로운 OS가 나올지는 몰라. 이런 격변기는 위기이자 기회야. 사물기기 시대에 맞게 단순한 플랫폼 또는 생태계를 선점하면 되지 않을까. 다만 억지로 쓰게 만들 필요는 없지. 쓰고 싶게 만들어줘야지. 편하게.
정리=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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