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시장을 내년부터 전면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까진 의무 수입키로 한 물량만 들여오면 되지만 내년부턴 의무수입량을 초과하는 수입 쌀에 관세를 매기되 수입 한도는 없어지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야당도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 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 같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타결 때부터 내재된 민감한 사안이다. 10년간 관세화(개방)를 유예키로 했다가 2004년 유예기간을 10년 연장하되 의무수입량을 매년 늘리기로 한 시한이 올해다. 다시 관세화를 유예하되 5% 관세를 매기는 의무수입량을 계속 늘릴 것이냐, 시장은 열되 관세를 높게 매길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핵심은 쌀 농가나 국가 전체적으로 어떤 선택이 유리하느냐다. 정부는 시장을 열되 관세율을 400%로 높게 매기겠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겠다고 한다. 농민과 개방 반대론자들은 미국ㆍ중국 등 쌀 수출국들이 이를 인정하겠느냐고 묻는다. 미국은 한국에 쌀 관세율 150%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과정에서 400%에 못 미칠 수 있고, 개방 첫해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도 통상 압력이 계속되면 공산품 수출국인 한국이 버티지 못하고 관세율을 낮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외국산 쌀이 국내 시장을 점령할 거라고 걱정한다.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고 우리는 본다. 의무 수입량의 확대보다 피해가 적은 현실적인 선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보다 많은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쌀 시장 관세화가 개방하지 않았을 때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먹는 양이 줄었어도 쌀은 주식이며 벼농사는 농업의 중심이다. '농업주권'이란 상징적 의미를 갖는 쌀의 관세화 문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정치권, 특히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여야 정당과 정부, 농민단체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쪽으로 결론나도 쌀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따른 쌀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정부 대책이 요구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쌀을 양허(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는 협상력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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