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링크스코스의 핵심은 무엇보다 항아리벙커다.
골프가 태동하던 시절 스코틀랜드 목동들이 비바람을 피하던 곳이었다는 유래다. 그래서인지 특히 턱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거구의 어니 엘스(남아공)가 들어가도 머리가 안보일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스탠스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쪽 무릎, 심지어 양쪽 무릎을 다 꿇고서 샷을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2012년 로열리덤앤세인트에서 열린 141번째 디오픈에서 '묘기 샷'을 하는 장면이다.
아마추어골퍼라면 굳이 이런 샷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골프채의 발달과 맞서 현대 골프장의 트렌드가 '난코스 만들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자. 남서울과 솔모로 등 이미 국내에서도 벙커 턱을 높여 링크스코스 못지않은 '괴물 벙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이다. 이 때문에 그린 방향이 아닌 옆으로 탈출하거나 아예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면 보통 1타를 먹는다는 생각이 앞서 벙커 밖에서 샷을 한다. 골프규칙은 그러나 2클럽 이내다. 벙커가 작아 드롭할 곳이 마땅치 않아도 일단 벙커 안에서 샷을 하는 게 맞다. 벙커 샷이 정말 싫다면 아웃오브바운즈(OB)와 마찬가지로 1벌타 후 이전에 샷을 한 장소로 돌아가서 다시 치면 된다. 물론 막심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우즈의 <사진>을 보자. 벙커 안에 스탠스가 나오지 않자 벙커 밖에서 왼쪽 무릎을 구부리고, 오른쪽 무릎을 길게 뻗은 상태에서 샷을 하고 있다. 상체만으로 '묘기 샷'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도 하체를 고정시킨다는 대목이 가장 중요하다. 양다리의 상태와 상관없이 샷을 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흔들림이 없게 고정한다. 나머지는 "백스윙을 가파르게 꺾어서 자신있게 내리친다"는 게 전부다.
다음은 턱이 높은 벙커에서의 일반적인 공략법이다. 56도 웨지, 만약 60도나 64도가 있다면 주저 없이 선택한다. 공의 위치도 평소보다 더 왼쪽이다. 홀 왼쪽에 가상의 타깃을 설정하고, 페이스를 최대한 열어 공 바로 뒤를 때린다는 이미지로 샷을 구사한다. 스윙 크기는 작지만 피니시도 끝까지 다 해준다. 그래야 웨지가 모래를 깊숙히 파고 들어가 공을 높이 띄울 수 있다. 초, 중급자라면 턱이 낮은 옆이나 뒤쪽을 선택해 우회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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